불쾌감 넘어 공포까지… ‘나다니기 겁나요’
문화일보 | 윤정아기자 | 입력 2011.02.23 14:21 | 누가 봤을까? 50대 남성, 서울
"야생 고양이 떼가 음식물 쓰레기를 뒤지고 지붕을 타고 다닙니다. 울음소리 때문에 지금 새벽 4시인데 잠도 안 와요."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청 민원 게시판에는 "고양이가 사람을 죽여요"라는 한 시민의 글이 올라왔다. 북한산이 인접해 있고 한옥 등 오래된 집이 밀집된 지역 특성상 야생 고양이들이 종로구 곳곳에 둥지를 틀고 떼로 출몰하는 바람에 주민들이 불쾌감과 공포감을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23일 서울시내 구청들에 따르면 서울지역 주민들이 곳곳에서 야생 고양이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21일 종로구 가회동에서 마주친 주민 조모(57)씨는 "겨울철에도 쓰레기를 내놓지 않을 정도인데, 짝짓기 철이 지나고 여름이 되면 동네가 온통 고양이 판이 될 만큼 불편이 크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구청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동물보호법에 따라 안락사가 금지되면서 2008년부터 서울시가 매년 6억원을 들여 포획 후 중성화 수술을 실시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고양이들의 면역력이 떨어지는 1~2월에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종로구의 경우 지난해 중성화 수술 건수는 320건으로 2008년 116건의 두 배에 달했다.
종로구뿐만 아니라 재개발지역이 들어서 야생 고양이들에겐 서식지로 안성맞춤인 곳이 많은 용산구와 마포구 등도 상황은 비슷하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현재 고양이 관련 민원은 1주일에 3건 정도 들어오고 있지만 출산 시기인 봄가을이 되면 쇄도하기 시작해 지난해에는 약 1000건에 달했다"면서 "고양이를 포획한 뒤 중성화 수술을 하고 있지만 예산이 많이 드는 데다 효과도 5년 후쯤 나타나 성과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윤정아기자 jay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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