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유서
정겸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나는 전류의 흐름이 그치고
필라멘트가 끊어진 전구처럼 고독하다' 라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아버지가 가출했다
실종신고 석 달만에
돌아온 것은 달랑 유서 한 장이었다
검은색 비닐 봉투 속
꼬깃꼬깃 접혀 있는 색 바랜 종이에는
농협 통장의 비밀번호와
'늘 바람과의 전쟁에서
겨우 살아온 늙은 몸
손자에게 티비 채널권 빼앗기고
애완견에게 밥 먹는 순서마저 빼앗겼다' 라고 적혀 있었다
-계간『시인 시각』(2011, 여름호)
2012-10-05 금요일 오전 11시 30분
'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해 가을 / 이성복 (0) | 2012.10.05 |
---|---|
팔당대교 이야기 / 박찬일 (0) | 2012.10.05 |
시월의 풀밭 / 유종인 (0) | 2012.10.05 |
시간들 / 김사인 (0) | 2012.10.05 |
유리인간 증후군 / 홍순영 (0) | 2012.10.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