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가을 앞에서 / 조태일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2. 10. 5. 23:30
728x90

가을 앞에서


조태일

 


이젠 그만 푸르러야겠다.
이젠 그만 서 있어야겠다.
마른풀들이 각각의 색깔로
눕고 사라지는 순간인데


나는 쓰러지는 법을 잊어버렸다.
나는 사라지는 법을 잊어버렸다.


높푸른 하늘 속으로 빨려가는 새.
물가에 어른거리는 꿈


나는 모든 것을 잊어버렸다.

 

 


(『혼자 타오르고 있었네』. 창작과비평사, 1999)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선집 1900∼2000. 4편 수록 중 1편. 2007)
2012-10-05 금요일 23시 29분

 

'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화농의 봄 / 김춘순  (0) 2012.10.06
그 여름의 끝 / 이성복  (0) 2012.10.05
그해 가을 / 이성복  (0) 2012.10.05
팔당대교 이야기 / 박찬일  (0) 2012.10.05
유서 / 정겸  (0) 2012.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