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화농의 봄
김춘순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떨어진 것들을 상처가 내려다보고 있다
꽃들이 다래끼를 앓고 있다
납작한 돌멩이와 돌멩이 사이에 숨겨놓은 눈썹
발 돋음 하던 봄이 와르르 무너지면
눈썹이 묻어 있던 곳마다 꽃들이 진다
꽃의 입술, 바람을 물고 있는 떨림
가장 늦게 돋아난 가장 깊은 것들이 깜빡거리고 있다
꽃잎의 요의가 불편하듯 흔들려
봄의 內衣를 서둘러 내리듯 눈썹 몇 개를 뽑는다
퉁퉁 부어오른 나무의 화농을 짜내고 있는 꽃송이들
먼 곳의 꽃들이 더 연연하다.
두꺼운 겉옷의 언덕을 넘어온, 제 색을 다 채우지 못한 눈 끝의
開花
소보록해진 눈꺼풀에 발기되는 봄
꽃이 피고 지는 밀실은 아무도 본적이 없어
가장자리만 붉었던 입술 멍하니 바라보는 순간
어깨위로 툭 떨어져 버린 꽃
中心을 놓친 무게는 씨앗을 키운다.
떨어진 꽃들이 혼자이거나 혹은 여럿이거나 떨어진 자리에는 딱
지가 있다
꽃 진자리 찾지 못하는 안대를 한 봄이 아물고 있고
화농으로 그려진 꽃의 부적을 몇 겹으로 접고 있는
화전놀이 철.
<2012 제4회 천강문학상 우수상>
2012-10-06 토요일 오전 09시 15분
'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거울 속 거미줄 / 정용화 (0) | 2012.10.06 |
---|---|
감자를 캐며 / 임세한 (0) | 2012.10.06 |
그 여름의 끝 / 이성복 (0) | 2012.10.05 |
가을 앞에서 / 조태일 (0) | 2012.10.05 |
그해 가을 / 이성복 (0) | 2012.10.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