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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필(絶筆)
―이근배 (1940∼)
아직 밖은 매운 바람일 때
하늘의 창을 열고
흰 불꽃을 터뜨리는
목련의 한 획
또는
봄밤을 밝혀 지새우고는
그 쏟아낸 혈흔(血痕)들을 지워가는
벚꽃의 산화(散華)
소리를 내지르며 달려드는
단풍으로 알몸을 태우는
설악(雪嶽)의 물소리
오오 꺾어봤으면
그것들처럼 한 번
짐승스럽게 꺾어봤으면
이 무딘 사랑의
붓대
-일간『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 53』(동아일보. 2013년 01월 14일)
기사입력 2013-01-14 03:00:00 기사수정 2013-01-14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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