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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씨앗
김수우
재크의 콩나무가 닿던, 두레박 타고 오르내리던, 천도복숭 익어가던
하늘, 이젠
인공위성으로 촘촘한, 길을 감시하는 전파로 빽빽한, 손바닥으로 가리
기에 급급한
그러니
개별꽃아 네가 하늘이 되는 수밖에 없다
민달팽아 네가 하늘이 되는 수밖에 없다
깨진 창문아 부러진 의자야 우리가 하늘이 되는 수밖에 없다
앞에서 밀면 뒤로, 뒤에서 밀면 앞으로 넘어져 땅이 되고, 오른쪽에서
밀면 왼쪽으로, 왼쪽에서 밀면 오른쪽으로 넘어져 땅이 되고
땅이 되고 땅이 되고 땅이 되면
삼천대천 부처님 가득한 하늘이구나
패배자의 사랑을 기억하고 있는
매일 자빠져도 매일 하늘이 되는, 수북수북 공명共鳴하는
괭이밥아 풀거미야
부탁한다
이 한밝의 깊이를, 슬픔을, 침묵을
-계간『문학선』(2012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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