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모음 시♠비교 시♠같은 제목 시

[김제현] 한공(寒空) / 풍경 / 가책의 하루 / 오후 5시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3. 7. 9. 23:49
728x90


(현대시 100주년 문학과지성사에서 출판한 한국문학선집에 수록된 시조 4편)

 

 


한공(寒空)


김제현

 


하늘 먼
이승 길
어둠 속 눈물.


텅 비인
이 들녘
달빛 서리에 차


끼르륵
어느 마을을 찾는가
외기러기
설울음.

 

 


(『동토』. 정음사. 1966 :『김제현 시조전집』. 경기대학교 연구지원팀. 2003)



-------------------
풍경

 

김제현

 


뎅그렁 바람따라
풍경이 웁니다.


그것은, 우리가 들을 수 있는 소리일 뿐.


아무도 그 마음 속 깊은
적막을 알지 못합니다.


만등(卍燈)이 꺼진 산에
풍경이 웁니다.


비어서 오히려 넘치는 무상(無上)의 별빛.


아, 쇠도 혼자서 우는
아픔이 있나 봅니다.

 

 

(『무상의 별빛』. 민족과문학사. 1990 :『김제현 시조전집』. 경기대학교 연구지원팀. 2003)

 


-------------------
가책의 하루


김제현

 


안개 속을 기어온
나팔꽃 목줄기가


하얗게 말라 있다.
목이 쉬어 있다.


한종일 난감한 초월
매캐한 바람이 분다.

 

 


(『무상의 별빛』. 민족과문학사. 1990 :『김제현 시조전집』. 경기대학교 연구지원팀. 2003)

 


---------------------
오후 5시


김제현

 


꽃들이
고개를 지우고 서 있다.


꽃잎엔 오후 5시의
햇살이 비낀다.


어느덧 마른 대궁이에
먼 구름이 걸린다.

 

 


(『무상의 별빛』. 민족과문학사. 1990 :『김제현 시조전집』. 경기대학교 연구지원팀. 2003)
―최동호 신범순 정과리 이광호 엮음『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선집 1900∼2000』 (문학과지성사,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