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한 잎의 여자
오규원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같이 쬐그만 여자, 그 한 잎의 여자를 사랑했네. 풀푸레 나무 그 한 잎의 솜털, 그 한잎의 맑음,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그 한 잎의 순결과 자유룰 사랑했네.
정말로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여자만을 가진 여자, 여자 아닌 것은 아무것도 안 가진 여자, 여자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여자, 눈물 같은 여자, 슬픔 같은 여자 병신(病身) 같은 여자, 시집(詩集) 같은 여자, 그러나 영원히 가질 수 없는 여자, 그래서 불행한 여자.
그러나 영원히 나 혼자 가지는 여자, 물푸레나무 그림자 같은 슬픈 여자.
<1978년>
[현대시 100년 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詩 100/9]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 > 내가 훔치고 싶은 ♠ 시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 / 박두진 (0) | 2013.10.26 |
---|---|
남으로 창을 내겠소 / 김상용 (0) | 2013.10.17 |
담쟁이 / 도종환 (0) | 2013.10.06 |
감나무 / 이재무 (0) | 2013.10.04 |
철새 / 감태준 (0) | 2013.09.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