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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숨었냐, 사십마넌 / 정윤천 -- 카톡 - 좋은 시 37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5. 3. 12.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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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 숨었냐, 사십마넌 / 정윤천 -- 카톡 - 좋은 시 37

 

 

  시째냐? 악아, 어찌고 사냐. 염치가 참 미제 같다만, 급허게 한 백마넌만 부치야 쓰것다. 요런 말 안 헐라고 혔넌디, 요새 이빨이 영판 지랄 가터서 치과럴 댕기넌디, 웬수노무 쩐이 애초에 생각보담 불어나부렀다. 너도 어롤 거신디, 에미가 헐 수 읎어서 전활 들었다야. 정히 심에 부치면 어쩔 수 없고…….

 

  선운사 어름 다정민박 집에 밤마실 나갔다가, 스카이라던가 공중파인가로 바둑돌 놓던 채널에 눈 주고 있다가, 울 어매 전화 받았다. 다음 날 주머니 털고, 지갑 털고, 꾀죄죄한 통장 털고, 털어서, 다급한 쩌언 육십마넌만 서둘러 부쳤다.

   

  나도 울 어매 폼으로 전활 들었다.

   

  엄니요? 근디 어째사끄라우. 해필 엊그저께 희재 요놈의 가시낭구헌티 몇 푼 올려불고 났더니만, 오늘사 말고 딱딱 글거봐도 육십마넌뻬끼 안 되야부요야. 메칠만 지둘리먼 한 오십마넌 더 맹글어서 부칠랑께 우선 급헌 대로 땜빵허고 보십시다 잉. 모처럼 큰망 묵고 기별헌 거이 가튼디, 아싸리 못혀줘서 지도 잠 거시기허요야. 어찌것소. 헐헐, 요새 사는 거이 다 그런단 말이요.

   

  떠그럴, 사십마넌 땜에 그날 밤 오래 잠 달아나버렸다.

   

시집구석(실천문학, 2007)

 

출처: 사이버 문학광장 문장/ 안도현 시배달 2007-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