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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맙다 / 신지혜 -- 카톡 - 좋은 시 53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5. 4. 2.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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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맙다 / 신지혜 -- 카톡 - 좋은 시 53 


자기 자신에게 사랑을 고백해본 적 있으신지요
애썼다 고맙다 말해본 적 있을신지요
자신을 격려하고 등 토닥여본 적 있으신지요
자신에게 두 무릎 꿇고 자신에게 절해본 적 있으신지요
누가 뭐래도 자기 자신만큼 가까운 베스트 프렌트는 없지요


병실에 누운 사람들이 가장 먼저 후회하는 것,
자신을 사랑할 걸 그랬다고
자신을 공경할 걸 그랬다고
자신에게 함부로 이야기하지 말 걸 그랬다고
자신을 함부로 대하지 말 걸 그랬다고
 

나만큼 나를 아는 사람 또 지상에 보셨나요
우주를 연 것도 아니며, 우주를 닫는 것도 나인데요
내 육신에게 늘 고맙다는 칭찬 한 마디 해준 적 없어,
내 심장아, 위장아, 간아, 허파야, 신장아,
비장아, 대장아, 소장아, 두 팔다리야, 안이비설신(眼耳鼻舌身)아, 애썼다고
나는 난생 처음 고백하였습니다.


내가 눈뜬 이래 한시도 쉬지 않고 나를 보존하고
무상보시 하는 내 안 고귀한 생명들에게,
속만 털어놓습니다 
수천 겁 나 이끌고 여기 와 내려주었으니,
애쓴 나의 뿌리야 고맙다
내가 나를 으스러지게 힘껏 껴안았습니다. 

 

 -격월간『유심』(2009, 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