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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 / 기형도 -- 카톡 - 좋은 시 58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5. 4. 7.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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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톡-좋은 시 58
  빈집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ㅡ시집『잎 속의 검은 잎』(문학과지성사,19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