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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사에서/최영미 - 카톡 좋은 시 72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5. 4. 23.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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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톡 좋은 시 72  

선운사에서

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시집서른 잔치는 끝났다(창작과비평사. 1994)

 

출처: 사이버 문학광장 문장/ 김선우 시배달 2012-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