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뉴월 소나기는 쇠등을 두고 다툰다
‘오뉴월’은 음력 5월과 6월, 즉 양력으로 7월과 8월의 한여름을 뜻합니다. 이 속담에서 ‘무엇을 두고 다툰다’는 말은 결국 그 무언가를 서로 가지기 위해 싸운다는 뜻인데요. 소나기가 쇠등을 놓고 다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름철 소나기는 전국적으로 내리기보다는 일부 지역에 부분적으로 내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현상은 같은 울타리 안에서도 일어나는데요. 앞마당에는 소나기가 쏟아지는데 뒤뜰에는 해가 쨍쨍한 것을 본 적이 한 번쯤은 있을 겁니다. 이처럼 이 속담은 소나기가 소의 등을 경계로 한쪽에는 내리고 다른 한쪽에는 내리지 아니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한여름에 불규칙하게 내리는 소나기의 특성을 비유한 말입니다. 여름철 소나기는 사나운 기세를 떨치는 무더위를 일시적으로 식혀 주는 역할을 하는 만큼, 우리에게 반가운 손님이 아닌가 합니다. 비슷한 뜻으로 ‘오뉴월 소나기는 말 등을 두고 다툰다’, ‘여름 소나기는 밭고랑을 두고 다툰다’, ‘여름 소나기는 콧등을 두고 다툰다’, ‘오뉴월 소나기는 지척이 천리이다’ 등이 있습니다.
칠월 송아지
7월은 무더운 여름철이기는 하지만, 햇볕을 충분히 쬐며 동식물이 자라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마치 온갖 풀들이 들판에 무성히 자라나 한껏 푸르름을 자랑하고 있을 것만 같은데요. 이때 송아지는 어떤 모습일까요? 푸른 들판을 한가롭게 오가는 송아지가 상상이 되시나요?
7월은 농사에서 힘든 일이 거의 끝나는 시기입니다. 이때는 소들도 여름내 풀을 뜯어 먹으며 겨울을 대비하는데요. ‘칠월 송아지’는 여름에 난 신선한 풀을 먹어 번지르르해진 송아지라는 뜻으로, 팔자가 늘어진 사람을 비유하는 말입니다. 비슷하게 ‘하는 일 없이 놀고먹는 편한 팔자’를 뜻하는 말로 ‘오뉴월 개 팔자’, ‘오뉴월 댑싸리 밑의 개 팔자’, ‘싸리 밭에 개 팔자’가 있습니다. 먹이를 풍족하게 먹으며 일하지 않고 쉴 수 있는 송아지나 싸리 밑 그늘에서 잠든 개를 보며 우리 조상들이 ‘부러운 팔자’라고 했듯이, 무더위에 몸이 상할 수 있는 한여름에는 잘 먹고 잘 쉬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 같습니다.
하지 지낸 뜸부기
24절기의 하나인 하지(夏至)는 양력 6월 말경으로 일 년 중 낮이 가장 길고 밤이 가장 짧은 날입니다. 입하(立夏)에 시작된 여름 기운이 하지가 되면 온 세상에 뻗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하지를 보낸 뜸부기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뜸부기는 여름만 되면 우리나라 전국으로 날아드는 ‘여름 철새’입니다. 논에서 벼 포기를 모아 둥지를 틀거나 풀밭에 둥지를 틀고 6~7월에 알을 낳는데요. 그러다가 겨울이 되면 따뜻한 동남아 지역으로 떠납니다. 뜸부기의 이러한 특성을 잘 알고 있었던 우리 조상들은 하지 전, 알을 낳기 위해 먹이를 듬뿍 먹어 포동포동 살이 오른 뜸부기를 잡았습니다. 알을 낳은 후 새끼를 돌보느라 기력이 떨어진 뜸부기는 약효가 떨어진다고 여겼던 것이죠. 그래서 ‘하지 지낸 뜸부기’라는 속담은 ‘힘이 왕성한 한창때가 지나 버린 사람’을 뜻합니다. 참고로 뜸부기는 지난 2005년에 천연기념물 제446호로 지정되었으며 2012년에 멸종 위기 야생 동식물 2급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습니다.
장마 끝물의 참외는 거저 줘도 안 먹는다
장마철은 보통 6월 하순부터 8월 상순에 걸쳐 나타납니다. 흐리고 비 오는 날이 계속되어 큰비가 한참 내리는 장마 뒤에는 참외를 거저 줘도 먹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자세한 뜻을 알아볼까요?
과일은 쨍쨍 내리쬐는 햇볕을 많이 받을수록 당도가 높아지는데, 장마철이 되면 햇볕을 충분히 받지 못해 과일 맛이 떨어집니다. 참외 역시 예외가 아닌데요. 장마 뒤에는 빗물 때문에 썩은 참외가 많고, 다행히 썩지 않았다고 해도 당도가 낮아서 참외의 단맛을 느끼기 어렵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속담은 단물은 다 빼먹고 껍데기만 던져주는 사람에게 따끔한 충고나 경고를 할 때 쓰기도 합니다.
삼복 모두 가물면 왕가뭄
삼복(三伏)은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의 시기로 초복(初伏), 중복(中伏), 말복(末伏)을 통틀어 이르는 말입니다. 올해 초복은 7월 13일, 중복은 7월 23일, 말복은 8월 12일인데요. 삼복이 모두 가물면 ‘왕가뭄’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삼복’은 농작물이 한창 자라나는 때입니다. 이때 비가 계속 내리지 않으면 작물이 잘 자라지 못하는 아주 심한 가뭄, 즉 ‘왕가뭄’이 된다는 데서 ‘삼복 모두 가물면 왕가뭄’이라는 속담이 나왔습니다. 특히 ‘초복날 소나기는 한 고방의 구슬보다 낫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초복 무렵에 내리는 비는 매우 귀한 비인데요. (고방: ‘광’의 원말로, ‘세간이나 그 밖의 여러 가지 물건을 넣어 두는 곳’을 이르는 말) 이는 초복 무렵에 벼가 자라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타들어 가는 논바닥을 보는 농부의 애타는 마음을 씻어 줄 초복의 비는 광 속에 가득 찬 보석 구슬보다도 더 귀할 수밖에 없는데요. 올여름 초복에는 비가 넉넉하게 내려 가을에 풍성한 들녘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름살은 풋살
‘여름살’은 평소에는 옷에 가려져 있다가 여름이 되면 가벼운 옷차림 때문에 겉으로 드러나는 속살을 뜻합니다. 그리고 ‘풋살’은 ‘처음 나온 살’ 정도의 뜻인데요. 이런 ‘여름살’과 ‘풋살’을 같이 쓰면 어떤 뜻이 될까요?
무더운 여름에는 아무래도 살을 많이 드러내는 옷을 입기 마련입니다. 노출을 꺼리던 옛날에는 아무리 더워도 지금처럼 마음껏 시원하게 옷을 입을 수 없었는데요. 여름이면 더위를 식히려고 남성들은 윗옷을 벗고 등목을 즐기거나 속옷 바람으로 대청마루에 눕기도 하고, 여성들도 평소에는 잘 드러내지 않던 속살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무더위에 옷소매를 걷어붙이거나 바짓가랑이를 말아 올리는 등 평소 잘 드러내지 않던 속살을 내보이면 옛날 사람들은 그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하여 ‘여름살은 풋살’이라며 나무랐습니다. 따라서 이 속담은 여름철의 노출 현상을 조롱해서 꼬집는 말입니다. 여름철, 시원한 차림도 좋지만, 다른 사람이 눈살을 찌푸릴 정도로 ‘풋살’을 드러내지 않게 주의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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