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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에 기대어/송수권 - 카톡 좋은 시 190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5. 9. 30.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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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톡 좋은 시 190

    산문에 기대어

   송수권

  

   누이야
   가을산 그리메에 빠진 눈썹 두어 날을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정정한 눈물 돌로 눌러 죽이고
   그 눈물 끝을 따라가며
   즈믄 밤의 강이 일어서던 것을
   그 강물 깊이깊이 가라앉은 고뇌의 말씀들
   돌로 살아서 반짝여오던 것을
   더러는 물속에서 튀는 물고기같이
   살아오던 것을
   그리고 산다화(山茶花) 한 가지 꺾어 스스럼없이
   건네이던 것을


   누이야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가을산 그리메에 빠져 떠돌던, 그 눈썹 두어 날
   을 기러기가
   강물에 부리고 가는 것을
   내 한 잔은 마시고 한 잔은 비워두고
   더러는 잎새에 살아서 튀는 물방울같이
   그렇게 만나는 것을

 

   누이야 아는가
   가을산 그리메에 빠져 떠돌던
   눈썹 두어 날이
   지금 이 못물 속에 비쳐옴을

 

―시집『산문에 기대어)』. 문학과지성사. 1980)

 

 

 

 

산문에 기대어

 

송수권

 

 

누이야
가을산 그리메에 빠진 눈썹 두어 날을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정정한 눈물 돌로 눌러 죽이고
그 눈물 끝을 따라가며
즈믄 밤의 강이 일어서던 것을
그 강물 깊이깊이 가라앉은 고뇌의 말씀들
돌로 살아서 반짝여오던 것을
더러는 물속에서 튀는 물고기같이
살아오던 것을
그리고 산다화(山茶花) 한 가지 꺾어 스스럼없이
건네이던 것을


누이야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가을산 그리메에 빠져 떠돌던, 그 눈썹 두어 날
을 기러기가
강물에 부리고 가는 것을
내 한 잔은 마시고 한 잔은 비워두고
더러는 잎새에 살아서 튀는 물방울같이
그렇게 만나는 것을

 

누이야 아는가
가을산 그리메에 빠져 떠돌던
눈썹 두어 날이
지금 이 못물 속에 비쳐옴을

 

 

 

(『산문에 기대어)』. 문학과지성사. 1980)
―최동호 신범순 정과리 이광호 엮음『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선집 1900∼2000』 (문학과지성사,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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九節草

 

박용래 

 


누이야 가을이 오는 길목 구절초 매디매디 나부끼는 사랑아
내 고장 부소산 기슭에 지천으로 피는 사랑아
뿌리를 대려서 약으로도 먹던 기억
여학생이 부르면 마아가렛
여름모자 차양이 숨었는 꽃
단추 구멍에 달아도 머리핀 대신 꽂아도 좋을 사랑아
여우가 우는 秋分 도깨비불이 스러진 자리에 피는 사랑아
누이야 가을이 오는 길목 매디매디 눈물 비친 사랑아

 

 

 

시집『백발의 꽃대궁』(문학예술사, 19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