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좋은 시 204 그 사람은 돌아오고 나는 거기 없었네 안상학
그때 나는 그 사람을 기다렸어야 했네 노루가 고개를 넘어갈 때 잠시 돌아보듯 꼭 그만큼이라도 거기 서서 기다렸어야 했네 그 때가 밤이었다면 새벽을 기다렸어야 했네 그 시절이 겨울이었다면 봄을 기다렸어야 했네 연어를 기다리는 곰처럼 낙엽이 다 지길 기다려 둥지를 트는 까치처럼 그 사람이 돌아오기를 기다렸어야 했네
해가 진다고 서쪽 벌판 너머로 달려가지 말았어야 했네 새벽이 멀다고 동쪽 강을 건너가지 말았어야 했네 밤을 기다려 향기를 머금는 연꽃처럼 봄을 기다려 자리를 펴는 민들레처럼 그 때 그곳에서 뿌리내린 듯 기다렸어야 했네 어둠 속을 쏘다니지 말았어야 했네 그 사람을 찾아 눈 내리는 들판을 헤매 다니지 말았어야 했네
그 사람이 아침처럼 왔을 때 나는 거기 없었네 그 사람이 봄처럼 돌아왔을 때 나는 거기 없었네 아무리 급해도 내일로 갈 수 없고 아무리 미련이 남아도 어제로 돌아갈 수 없네 시간이 가고 오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네 계절이 오고 가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네 그때 나는 거기 서서 그 사람을 기다렸어야 했네
그 사람은 돌아오고 나는 거기 없었네
ㅡ시집『그 사람은 돌아오고 나는 거기 없었네』(실천문학사2014) |
그 사람은 돌아오고 나는 거기 없었네
안상학
그때 나는 그 사람을 기다렸어야 했네
노루가 고개를 넘어갈 때 잠시 돌아보듯
꼭 그만큼이라도 거기 서서 기다렸어야 했네
그 때가 밤이었다면 새벽을 기다렸어야 했네
그 시절이 겨울이었다면 봄을 기다렸어야 했네
연어를 기다리는 곰처럼
낙엽이 다 지길 기다려 둥지를 트는 까치처럼
그 사람이 돌아오기를 기다렸어야 했네
해가 진다고 서쪽 벌판 너머로 달려가지 말았어야 했네
새벽이 멀다고 동쪽 강을 건너가지 말았어야 했네
밤을 기다려 향기를 머금는 연꽃처럼
봄을 기다려 자리를 펴는 민들레처럼
그 때 그곳에서 뿌리내린 듯 기다렸어야 했네
어둠 속을 쏘다니지 말았어야 했네
그 사람을 찾아 눈 내리는 들판을
헤매 다니지 말았어야 했네
그 사람이 아침처럼 왔을 때 나는 거기 없었네
그 사람이 봄처럼 돌아왔을 때 나는 거기 없었네
아무리 급해도 내일로 갈 수 없고
아무리 미련이 남아도 어제로 돌아갈 수 없네
시간이 가고 오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네
계절이 오고 가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네
그때 나는 거기 서서 그 사람을 기다렸어야 했네
그 사람은 돌아오고 나는 거기 없었네
≪2015년 제15회 고산문학상 수상작≫
ㅡ수상시집『그 사람은 돌아오고 나는 거기 없었네』(실천문학사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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