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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은 돌아오고 나는 거기 없었네 /안상학 - 카톡 좋은 시 204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5. 11. 10.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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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톡 좋은 시 204   

   그 사람은 돌아오고 나는 거기 없었네

   안상학

 

   그때 나는 그 사람을 기다렸어야 했네

   노루가 고개를 넘어갈 때 잠시 돌아보듯

   꼭 그만큼이라도 거기 서서 기다렸어야 했네

   그 때가 밤이었다면 새벽을 기다렸어야 했네

   그 시절이 겨울이었다면 봄을 기다렸어야 했네

   연어를 기다리는 곰처럼

   낙엽이 다 지길 기다려 둥지를 트는 까치처럼

   그 사람이 돌아오기를 기다렸어야 했네

 

   해가 진다고 서쪽 벌판 너머로 달려가지 말았어야 했네

   새벽이 멀다고 동쪽 강을 건너가지 말았어야 했네

   밤을 기다려 향기를 머금는 연꽃처럼

   봄을 기다려 자리를 펴는 민들레처럼

   그 때 그곳에서 뿌리내린 듯 기다렸어야 했네

   어둠 속을 쏘다니지 말았어야 했네

   그 사람을 찾아 눈 내리는 들판을

   헤매 다니지 말았어야 했네

 

   그 사람이 아침처럼 왔을 때 나는 거기 없었네

   그 사람이 봄처럼 돌아왔을 때 나는 거기 없었네

   아무리 급해도 내일로 갈 수 없고

   아무리 미련이 남아도 어제로 돌아갈 수 없네

   시간이 가고 오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네

   계절이 오고 가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네

   그때 나는 거기 서서 그 사람을 기다렸어야 했네

   

   그 사람은 돌아오고 나는 거기 없었네  

 

 

시집그 사람은 돌아오고 나는 거기 없었네(실천문학사2014)

 

 

 

 

 

그 사람은 돌아오고 나는 거기 없었네

안상학

 

그때 나는 그 사람을 기다렸어야 했네

노루가 고개를 넘어갈 때 잠시 돌아보듯

꼭 그만큼이라도 거기 서서 기다렸어야 했네

그 때가 밤이었다면 새벽을 기다렸어야 했네

그 시절이 겨울이었다면 봄을 기다렸어야 했네

연어를 기다리는 곰처럼

낙엽이 다 지길 기다려 둥지를 트는 까치처럼

그 사람이 돌아오기를 기다렸어야 했네

 

해가 진다고 서쪽 벌판 너머로 달려가지 말았어야 했네

새벽이 멀다고 동쪽 강을 건너가지 말았어야 했네

밤을 기다려 향기를 머금는 연꽃처럼

봄을 기다려 자리를 펴는 민들레처럼

그 때 그곳에서 뿌리내린 듯 기다렸어야 했네

어둠 속을 쏘다니지 말았어야 했네

그 사람을 찾아 눈 내리는 들판을

헤매 다니지 말았어야 했네

 

그 사람이 아침처럼 왔을 때 나는 거기 없었네

그 사람이 봄처럼 돌아왔을 때 나는 거기 없었네

아무리 급해도 내일로 갈 수 없고

아무리 미련이 남아도 어제로 돌아갈 수 없네

시간이 가고 오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네

계절이 오고 가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네

그때 나는 거기 서서 그 사람을 기다렸어야 했네  

 

그 사람은 돌아오고 나는 거기 없었네

 

 

2015년 제15회 고산문학상 수상작

수상시집그 사람은 돌아오고 나는 거기 없었네(실천문학사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