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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이정록 - 카톡 좋은 시 207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5. 11. 17.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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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톡 좋은 시 207

     의자

    이정록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에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라기도 깔고
   호박에 똬리도 받쳐야겠다
   그것들도 식군데 의자를 내줘야지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 데다가
   의자 몇 개 내놓는 것이여

  

―시집의자』. 문학과 지성사. 2006

 


 

의자

 

이정록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에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라기도 깔고
호박에 똬리도 받쳐야겠다
그것들도 식군데 의자를 내줘야지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 데다가
의자 몇 개 내놓는 것이여

 

 

 

―시집『의자』. 문학과지성사. 2006)
―나희덕 엮음『아침의 노래 저녁의 시』(삼인. 2008)
―시집『자연 속에서 읽는 한 편의 시 03』(국립공원,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