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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가고 싶다/안도현 - 카톡 좋은 시 222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5. 12. 31.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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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톡 좋은 시 222

    그대에게 가고 싶다

    안도현

 

   해 뜨는 아침에는
   나도 맑은 사람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
   밤새 퍼부어대던 눈발이 그치고
   오늘은 하늘도 맨 처음인 듯 열리는 날
   나도 금방 헹구어낸 햇살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창가에 오랜만에 볕이 들거든
   긴 밤 어둠 속에서 캄캄하게 띄워 보낸
   내 그리움으로 여겨다오
   사랑에 빠진 사람보다 더 행복한 사람은
   그리움 하나로 무장무장
   가슴이 타는 사람 아니냐


   진정 내가 그대를 생각하는 만큼
   새날이 밝아오고
   진정 내가 그대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만큼
   이 세상이 아름다워질 수 있다면
   그리하여 마침내 그대와 내가
   하나되어 우리라고 이름 부를 수 있는
   그날이 온다면
   봄이 올 때까지는 저 들에 쌓인 눈이
   우리를 덮어줄 따뜻한 이불이라는 것도
   나는 잊지 않으리


   사랑이란
   또 다른 길을 찾아 두리번거리지 않고
   그리고 혼자서는 가지 않는 것
   지치고 구멍난 사람을 데리고
   그대에게 가고 싶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야 할 신천지
   우리가 더불어 세워야 할 나라
   사시사철 푸른 풀밭으로 불러다오
   나도 한 마리 튼튼하고 착한 양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시집『자연 속에서 읽는 한 편의 시 02』(국립공원, 2007)

 

 

 

 

 

 

그대에게 가고 싶다

 

안도현

 


해 뜨는 아침에는
나도 맑은 사람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
밤새 퍼부어대던 눈발이 그치고
오늘은 하늘도 맨 처음인 듯 열리는 날
나도 금방 헹구어낸 햇살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창가에 오랜만에 볕이 들거든
긴 밤 어둠 속에서 캄캄하게 띄워 보낸
내 그리움으로 여겨다오
사랑에 빠진 사람보다 더 행복한 사람은
그리움 하나로 무장무장
가슴이 타는 사람 아니냐


진정 내가 그대를 생각하는 만큼
새날이 밝아오고
진정 내가 그대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만큼
이 세상이 아름다워질 수 있다면
그리하여 마침내 그대와 내가
하나되어 우리라고 이름 부를 수 있는
그날이 온다면
봄이 올 때까지는 저 들에 쌓인 눈이
우리를 덮어줄 따뜻한 이불이라는 것도
나는 잊지 않으리


사랑이란
또 다른 길을 찾아 두리번거리지 않고
그리고 혼자서는 가지 않는 것
지치고 구멍난 사람을 데리고
그대에게 가고 싶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야 할 신천지
우리가 더불어 세워야 할 나라
사시사철 푸른 풀밭으로 불러다오
나도 한 마리 튼튼하고 착한 양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1991년>

일간『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50/26』(조선일보 연재, 2008) 

시집『자연 속에서 읽는 한 편의 시 02』(국립공원,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