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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광촌 언덕에서 ―1970년 / 정일남 - 카톡 좋은 시 227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6. 1. 9.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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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백시 철암 탄광촌>

   카톡 좋은 시 227

   폐광촌 언덕에서 

   ―1970

   정일남 

   

   반공포로 윤달주는 선산부

   머슴 강민석은 후산부

   전과자 배남준은 착암기 운전공

   사상범 김민수는 유탄공

   축첩 공무원 정연석은 갱목 운반공

   나는 다이너마이트를 메고 다닌 발파공이었다

 

   이들은 나의 생사를 같이한 길벗들이었지

   심장이 불덩이처럼 뜨겁던 이립의 나이에

 

   모두 목돈 모아 살아보자고 했다

   꽃나무 아래 햇빛 길을 가자고 했다

   반공 포로의 아들은 사법고시에 합격했고

   머슴의 아들은 의과대학에 들어갔다고 자랑했다

   그렇게 희망으로 부풀던 막장

 

   죽은 그들의 공동묘지에 폐가 망가진 낮달이 뜬다

   소복한 여인이 묘지에 와서 잡초를 뽑는다

   미망인의 지난날을 물어보지 못했다

 

 

시집봄들에서(푸른사상, 2015. 9)

 


 

 

폐광촌 언덕에서 

―1970

 

정일남  

 

 

반공포로 윤달주는 선산부

머슴 강민석은 후산부

전과자 배남준은 착암기 운전공

사상범 김민수는 유탄공

축첩 공무원 정연석은 갱목 운반공

나는 다이너마이트를 메고 다닌 발파공이었다

 

이들은 나의 생사를 같이한 길벗들이었지

심장이 불덩이처럼 뜨겁던 이립의 나이에

 

모두 목돈 모아 살아보자고 했다

꽃나무 아래 햇빛 길을 가자고 했다

반공 포로의 아들은 사법고시에 합격했고

머슴의 아들은 의과대학에 들어갔다고 자랑했다

그렇게 희망으로 부풀던 막장

 

죽은 그들의 공동묘지에 폐가 망가진 낮달이 뜬다

소복한 여인이 묘지에 와서 잡초를 뽑는다

미망인의 지난날을 물어보지 못했다

 

 

시집봄들에서(푸른사상, 2015.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