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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최갑수 - 카톡 좋은 시 257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6. 3. 18.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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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 좋은 시 257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최갑수

    

 

아주 짧았던 순간

어떤 여자를 사랑하게 된 적이 있다

 

봄날이었다, 나는

창 밖을 지나는 한 여자를 보게 되었는데

 

개나리 꽃망울들이

햇빛 속으로 막 터져나오려 할 때였던가

 

햇빛들이 개나리 꽃망울들을 들쑤셔

같이 놀자고, 차나 한잔 하자고

 

그 짧았던 순간동안 나는 그만

그 여자를 사랑하게 되어서

 

아주 오랜 시간동안 그 여자를 사랑해왔던 것처럼

햇빛이 개나리 여린 꽃망울을 살짝 뒤집어

 

개나리의 노란 속살을 엿보려는 순간,

그 여자를 그만 사랑하게 되어서

 

그 후 몇 번의 계절이 바뀌고

몇 명의 여자들이 계절처럼 내 곁에 머물다 갔지만

 

아직까지 나는 그 여자를 못잊어

개나리 꽃이 피어나던 그 무렵을 나는 못잊어

 

그 봄날 그 순간처럼

오랫동안 창 밖을 내다보곤 하는 것인데

 

개나리 꽃이 피어도

그 여자는 지나가지 않는다

 

개나리 꽃이 다 떨어져도

내 흐린 창가에는 봄이 올 줄 모른다

    

 

*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 크지쉬토프 키에슬로부스키 감독의 영화 제목

 

 

 

시집단 한 번의 사랑(문학동네, 2000)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최갑수

    

 

아주 짧았던 순간

어떤 여자를 사랑하게 된 적이 있다

 

봄날이었다, 나는

창 밖을 지나는 한 여자를 보게 되었는데

 

개나리 꽃망울들이

햇빛 속으로 막 터져나오려 할 때였던가

 

햇빛들이 개나리 꽃망울들을 들쑤셔

같이 놀자고, 차나 한잔 하자고

 

그 짧았던 순간동안 나는 그만

그 여자를 사랑하게 되어서

 

아주 오랜 시간동안 그 여자를 사랑해왔던 것처럼

햇빛이 개나리 여린 꽃망울을 살짝 뒤집어

 

개나리의 노란 속살을 엿보려는 순간,

그 여자를 그만 사랑하게 되어서

 

그 후 몇 번의 계절이 바뀌고

몇 명의 여자들이 계절처럼 내 곁에 머물다 갔지만

 

아직까지 나는 그 여자를 못잊어

개나리 꽃이 피어나던 그 무렵을 나는 못잊어

 

그 봄날 그 순간처럼

오랫동안 창 밖을 내다보곤 하는 것인데

 

개나리 꽃이 피어도

그 여자는 지나가지 않는다

 

개나리 꽃이 다 떨어져도

내 흐린 창가에는 봄이 올 줄 모른다

    

 

*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 크지쉬토프 키에슬로부스키 감독의 영화 제목

 

 

 

시집단 한 번의 사랑(문학동네,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