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좋은 시 270 버려진 전화기/권예자
그녀가 하는 일은 남의 말 들어 주는 일 남의 말 전해 주는 일 듣고 본 것 많아도 입 다물고 시앗 여럿 보아도 시샘하지 않았지 사람들은 슬프거나 기쁘거나 들뜨고 화가 나도 그녀를 찾았지 들어 주는 일로 평생을 소일하다 청력을 잃은 어느 날 그렇게 들고나던 사람들이 아무도 그녀를 찾지 않았지 주인은 죄 없는 그녀를 패대기치더니 쓰레기통에 던져버렸지 하지만 그녀는 버림받고 나서야 난생 처음 자유로운 존재가 되었지 복지 시설에 여생을 의탁한 이웃집 그 여자
―시집 『비밀 일기장』(지혜, 2015) |
버려진 전화기
권예자
그녀가 하는 일은
남의 말 들어 주는 일
남의 말 전해 주는 일
듣고 본 것 많아도 입 다물고
시앗 여럿 보아도 시샘하지 않았지
사람들은 슬프거나 기쁘거나
들뜨고 화가 나도 그녀를 찾았지
들어 주는 일로 평생을 소일하다
청력을 잃은 어느 날
그렇게 들고나던 사람들이
아무도 그녀를 찾지 않았지
주인은 죄 없는 그녀를 패대기치더니
쓰레기통에 던져버렸지
하지만 그녀는 버림받고 나서야
난생 처음 자유로운 존재가 되었지
복지 시설에 여생을 의탁한
이웃집 그 여자
―시집 『비밀 일기장』(지혜,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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