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좋은 시 282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리며/이승하
작은 발을 쥐고 발톱 깎아드린다 일흔다섯 해 전에 불었던 된바람은 내 어머니의 첫 울음소리 기억하리라 이웃집에서도 들었다는 뜨거운 울음소리
이 발로 아장아장 걸음마를 한 적이 있었단 말인가 이 발로 폴짝폴짝 고무줄놀이를 한 적이 있었던 말인가 뼈마디를 덮은 살가죽 쪼글쪼글 하기가 가뭄못자리 같다 굳은살이 덮인 발바닥 딱딱하기가 거북이 등 같다
발톱 깎을 힘이 없는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린다 가만히 계셔요 어머니 잘못하면 다쳐요
어느 날부터 말을 잃어버린 어머니 고개를 끄덕이다 내 머리카락을 만진다 나 역시 말을 잃고 가만히 있으니 한쪽 팔로 내 머리를 감싸 안는다
맞닿은 창문이 온몸 흔들며 몸부림치는 날 어머니에게 안기어 일흔다섯 해 동안의 된바람 소리 듣는다
―시집『인간의 마을에 밤이 온다』(문학사상, 2005) |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리며
이승하
작은 발을 쥐고 발톱 깎아드린다
일흔다섯 해 전에 불었던 된바람은
내 어머니의 첫 울음소리 기억하리라
이웃집에서도 들었다는 뜨거운 울음소리
이 발로 아장아장
걸음마를 한 적이 있었단 말인가
이 발로 폴짝폴짝
고무줄놀이를 한 적이 있었던 말인가
뼈마디를 덮은 살가죽
쪼글쪼글 하기가 가뭄못자리 같다
굳은살이 덮인 발바닥
딱딱하기가 거북이 등 같다
발톱 깎을 힘이 없는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린다
가만히 계셔요 어머니
잘못하면 다쳐요
어느 날부터 말을 잃어버린 어머니
고개를 끄덕이다 내 머리카락을 만진다
나 역시 말을 잃고 가만히 있으니
한쪽 팔로 내 머리를 감싸 안는다
맞닿은 창문이
온몸 흔들며 몸부림치는 날
어머니에게 안기어
일흔다섯 해 동안의 된바람 소리 듣는다
-시집『인간의 마을에 밤이 온다』(문학사상,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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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발톱을 깎으며
유강희
햇빛도 뱃속까지 환한 봄날
마루에 앉아 어머니 발톱을 깎는다
아기처럼 좋아서
나에게 온전히 발을 맡기고 있는
이 낯선 짐승을 대체 무어라고 불러야 할 것인가
싸전다리 남부시장에서
천 원 주고 산 아이들 로봇 신발
구멍 난 그걸 아직도 싣고 다니는
알처럼 쪼그라든 어머니의 작은 발,
그러나
짜개지고, 터지고, 뭉툭해지고, 굽은
발톱들이 너무도 가볍게
툭, 툭, 튀어 멀리 날아갈 때마다
나는 화가 난다
저 왱왱거리는 발톱으로
한평생 새끼들 입에 물어 날랐을
그 뜨건 밥알들 생각하면
그걸 철없이 받아 삼킨 날들 생각하면
―현장비평가가 뽑은『올해의 좋은시』(현대문학,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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