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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으신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리며/이승하 - 카톡 좋은 시 282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6. 5. 9.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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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톡 좋은 시 282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리며/이승하

 

   작은 발을 쥐고 발톱 깎아드린다

   일흔다섯 해 전에 불었던 된바람은

   내 어머니의 첫 울음소리 기억하리라

   이웃집에서도 들었다는 뜨거운 울음소리

 

   이 발로 아장아장

   걸음마를 한 적이 있었단 말인가

   이 발로 폴짝폴짝

   고무줄놀이를 한 적이 있었던 말인가

   뼈마디를 덮은 살가죽

   쪼글쪼글 하기가 가뭄못자리 같다

   굳은살이 덮인 발바닥

   딱딱하기가 거북이 등 같다

 

   발톱 깎을 힘이 없는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린다

   가만히 계셔요 어머니

   잘못하면 다쳐요

 

   어느 날부터 말을 잃어버린 어머니

   고개를 끄덕이다 내 머리카락을 만진다

   나 역시 말을 잃고 가만히 있으니

   한쪽 팔로 내 머리를 감싸 안는다

 

   맞닿은 창문이

   온몸 흔들며 몸부림치는 날

   어머니에게 안기어

   일흔다섯 해 동안의 된바람 소리 듣는다

 

 

   ―시집인간의 마을에 밤이 온다(문학사상, 2005)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리며

 

   이승하

 

 

   작은 발을 쥐고 발톱 깎아드린다
   일흔다섯 해 전에 불었던 된바람은
   내 어머니의 첫 울음소리 기억하리라
   이웃집에서도 들었다는 뜨거운 울음소리


   이 발로 아장아장
   걸음마를 한 적이 있었단 말인가
   이 발로 폴짝폴짝
   고무줄놀이를 한 적이 있었던 말인가
   뼈마디를 덮은 살가죽
   쪼글쪼글 하기가 가뭄못자리 같다
   굳은살이 덮인 발바닥
   딱딱하기가 거북이 등 같다


   발톱 깎을 힘이 없는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린다
   가만히 계셔요 어머니
   잘못하면 다쳐요

   어느 날부터 말을 잃어버린 어머니
   고개를 끄덕이다 내 머리카락을 만진다
   나 역시 말을 잃고 가만히 있으니
   한쪽 팔로 내 머리를 감싸 안는다


   맞닿은 창문이
   온몸 흔들며 몸부림치는 날
   어머니에게 안기어
   일흔다섯 해 동안의 된바람 소리 듣는다

 

 

 

   -시집『인간의 마을에 밤이 온다』(문학사상,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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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발톱을 깎으며


유강희

 


햇빛도 뱃속까지 환한 봄날
마루에 앉아 어머니 발톱을 깎는다


아기처럼 좋아서
나에게 온전히 발을 맡기고 있는
이 낯선 짐승을 대체 무어라고 불러야 할 것인가


싸전다리 남부시장에서
천 원 주고 산 아이들 로봇 신발
구멍 난 그걸 아직도 싣고 다니는
알처럼 쪼그라든 어머니의 작은 발,


그러나
짜개지고, 터지고, 뭉툭해지고, 굽은
발톱들이 너무도 가볍게
툭, 툭, 튀어 멀리 날아갈 때마다
나는 화가 난다


저 왱왱거리는 발톱으로
한평생 새끼들 입에 물어 날랐을
그 뜨건 밥알들 생각하면
그걸 철없이 받아 삼킨 날들 생각하면

 

 

 

현장비평가가 뽑은『올해의 좋은시』(현대문학,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