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자벌레/이상인 - 카톡 좋은 시 293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6. 6. 10. 11:15
728x90





     카톡 좋은 시 293 - 자벌레 / 이상인



   자벌레/이상인

 

 

   산행 중에 자벌레 한 마리 바지에 붙었다

 

   한 치의 어긋남도 용납하지 않는 연초록 자

 

   자꾸 내 키를 재보며 올라오는데

 

   가끔씩 고갤 좌우로 흔든다.

 

   그는 지금 내 세월의 깊이를 재고 있거나

 

   다 드러난 오장육부를 재고 있을지도 모른다.

 

   혹은 끈질기게 자라나는 사랑이나 욕망의 끝자락까지

 

   또 고갤 몇 번 흔들더니 황급히 돌아내려 간다.

 

   나는 아직 잴 만한 물건이 못 된다는 듯이

 

   잰 치수마저 말끔히 지워가며

  

 

   ―시집UFO 소나무(황금알, 2012)




자벌레

 

이상인

 

 

산행 중에 자벌레 한 마리 바지에 붙었다

 

한 치의 어긋남도 용납하지 않는 연초록 자

 

자꾸 내 키를 재보며 올라오는데

 

가끔씩 고갤 좌우로 흔든다.

 

그는 지금 내 세월의 깊이를 재고 있거나

 

다 드러난 오장육부를 재고 있을지도 모른다.

 

혹은 끈질기게 자라나는 사랑이나 욕망의 끝자락까지

 

또 고갤 몇 번 흔들더니 황급히 돌아내려 간다.

 

나는 아직 잴 만한 물건이 못 된다는 듯이

 

잰 치수마저 말끔히 지워가며

 

  

 

시집UFO 소나무(황금알,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