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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 좋은 시 293 - 자벌레 / 이상인 자벌레/이상인
산행 중에 자벌레 한 마리 바지에 붙었다
한 치의 어긋남도 용납하지 않는 연초록 자
자꾸 내 키를 재보며 올라오는데
가끔씩 고갤 좌우로 흔든다.
그는 지금 내 세월의 깊이를 재고 있거나
다 드러난 오장육부를 재고 있을지도 모른다.
혹은 끈질기게 자라나는 사랑이나 욕망의 끝자락까지
또 고갤 몇 번 흔들더니 황급히 돌아내려 간다.
나는 아직 잴 만한 물건이 못 된다는 듯이
잰 치수마저 말끔히 지워가며
―시집『UFO 소나무』(황금알, 2012) |
자벌레
이상인
산행 중에 자벌레 한 마리 바지에 붙었다
한 치의 어긋남도 용납하지 않는 연초록 자
자꾸 내 키를 재보며 올라오는데
가끔씩 고갤 좌우로 흔든다.
그는 지금 내 세월의 깊이를 재고 있거나
다 드러난 오장육부를 재고 있을지도 모른다.
혹은 끈질기게 자라나는 사랑이나 욕망의 끝자락까지
또 고갤 몇 번 흔들더니 황급히 돌아내려 간다.
나는 아직 잴 만한 물건이 못 된다는 듯이
잰 치수마저 말끔히 지워가며
―시집『UFO 소나무』(황금알,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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