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비꽃 꽃잎 속
김명리
퇴락한 절집의 돌계단에 오래 웅크리고
돌의 틈서리를 비집고 올라온
보랏빛 제비꽃 꽃잎 속을 헤아려본다
어떤 슬픔도 삶의 산막 같은 몸뚱어리를
쉽사리 부서뜨리지는 못했으니
제비꽃 꽃잎 속처럼 나 벌거벗은 채
천둥치는 빗속을 종종걸음으로 달려왔다
내 몸을 휩싸는 폭죽 같은 봄의 무게여
내가 부둥켜안고 뒹구는 이것들이
혹여라도 구름 그림자라고는 말하지 말아라
네가 울 때, 너는 네 안의 수분을 다하여 울었으니
숨 타는 꽃잎 속 흐드러진 암향이여
우리 이대로 반공중에 더 납작 엎드리자
휘몰아치는 봄의 무게에
대적광전 기우뚱한 추녀 또한 뱃고동 소리로 운다
―월간『문학사상』(2005년 4월호)
―시집『제비꽃 꽃잎 속』(서정시학, 2016. 6)
제비꽃 종류 모음
http://blog.daum.net/threehornmountain/13759407
'시 편지·카톡·밴드 > 카톡 ♠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람의 냄새/윤의섭 - 카톡 좋은 시 305 (0) | 2016.07.23 |
---|---|
광고지 돌리는 여자 / 문성해 - 카톡 좋은 시 304 (0) | 2016.07.20 |
산초나무에게서 듣는 음악/박정대 - 카톡 좋은 시 302 (0) | 2016.07.12 |
형제//김준태 - 카톡 좋은 시 301 (0) | 2016.07.09 |
노루귀꽃/김형영 - 카톡 좋은 시 300 (0) | 2016.07.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