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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동해아리랑/전윤호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6. 8. 27.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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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동해아리랑

                
      
동해아리랑
- 전윤호(1964~ )


 
기사 이미지
사람들은 사랑을 잃고 동해로 온다지만

난 동해에서 사랑을 놓쳤지

소금 사러 시장 간 사이

그녀는 사라져 버렸네

흥정을 위해 막걸리 몇 잔 낭비한 사이

파도에 취해 몇 번 쉬는 사이

봇짐을 간수하던 그녀는 어디로 갔을까

백봉령 넘어 백 리 길

구비마다 잰걸음으로 재촉하더니

어느 날쌘 파도를 타고 떠났을까


서러운 소금 한 섬 지게에 얹고

혼자 돌아가네 천 리 길

검은 산 물 밑에 꽃이 지네

아라리요 아라리요

인생은 잃어버려야 철이 든다네



힘든 밥벌이 와중에 잃은 사랑은 더욱 서럽다. 대부분의 민요가 슬픔의 서사(敍事)인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소금 사러 간 “백 리 길”이 사랑을 잃고 돌아오려니 “천 리 길”이 됐다. 소금 때문에 사랑을 잃었으나 ‘웬수’인 그 소금을 지고 돌아온다. 생계가 사랑보다 무겁다.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