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하, 「사랑 얘기」
시 귀신
정희가
‘모든 사랑은 첫사랑이다’라고
시집 제목을 달았다
금방
내 그물에 와 걸린다
즉각 수정한다
‘모든 사랑은 짝사랑이다’라고
물론
안다
사랑이
얼마나 순정하고 고운 것인지
그것도 아주 모르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 사랑이
얼마나 쓰라리고 병신스러운지
나는 그걸 안다기보다
그냥 몸으로 아파보았다
절충의 길은 없었다
첫사랑이 곧 짝사랑이었던 내겐
이런 경우
어찌할 도리가
없는 것이다
▶ 시_ 김지하 – 1941년 전남 목포에서 태어났다. 1969년 《시인》지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황토』, 『타는 목마름으로』, 『남(南)』, 『살림』, 『애린 1·2』, 『검은 산 하얀 방』, 『이 가문 날에 비구름』, 『나의 어머니』, 『별밭을 우러르며』, 『중심의 괴로움』 등이 있다.
▶ 낭송_ 문성진 – 배우. 오페라연극 ‘햄릿’ 등에 출연.
배달하며
해설이라는 이름으로 건드리면 안 되는 시. 행과 연도 침묵과 향기를 품고 리듬을 만들고 있다. 시인은 누구보다 사랑을 몸으로 크게 치르고 아파본 사람이다.
문학집배원 문정희
▶ 출전-『새벽강』(시학)
▶ 음악_ Donna non vidi mai 중에서
▶ 애니메이션_ 제이
▶ 프로듀서_ 김태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