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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우묵한 것들의 힘
<29> ‘장독들’, 문성해(1963년~ )
머니투데이 최광임 시인·대학강사 입력 : 2014.11.21 08:55
곧게 뻗은 대나무는 굽히지 않는 푸른 기개를 지녔으나 칡넝쿨과 얼크러져 살지 못하고 평행의 철로는 일정 거리를 유지하되 변함없음을 상징으로 하지만 서로 만날 수 없는 외로움을 숙명처럼 안고 존재한다. 반면에 굽거나 우묵한 것들은 오롯한 정체성을 가진 존재가 아니다. 자신을 지우거나 낮추어 다른 것들을 품어 내거나 그것들과 조화를 이루며 존재한다. ‘굽은 소나무가 선산을 지키는 것’이나 우묵한 어미의 자궁이 나를 품어주고 허리가 굽도록 키워낸 것과 같다.
생각해 보라. 손등은 단 한 번도 그 존재를 구부려 무엇을 잡아보거나 담아본 적이 없다. 그러므로 손등으로는 결코 지금의 내 얼굴을 만들어 올 수 없었을 것이다. 지금의 내 얼굴은 오로지 손바닥만이 만지고 씻기고 하여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이다. 굽은 것들, 우묵한 것들의 힘이다. 그러니 저 우묵한 항아리야 일러 무엇 하겠는가. 어미를 닮은 항아리, 손바닥을 닮은 항아리, 굽고 우묵한 것들의 또 하나의 상징, 항아리!
생각해 보라. 손등은 단 한 번도 그 존재를 구부려 무엇을 잡아보거나 담아본 적이 없다. 그러므로 손등으로는 결코 지금의 내 얼굴을 만들어 올 수 없었을 것이다. 지금의 내 얼굴은 오로지 손바닥만이 만지고 씻기고 하여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이다. 굽은 것들, 우묵한 것들의 힘이다. 그러니 저 우묵한 항아리야 일러 무엇 하겠는가. 어미를 닮은 항아리, 손바닥을 닮은 항아리, 굽고 우묵한 것들의 또 하나의 상징, 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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