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보고 싶은 친구에게/신해욱
입력 : 2016-10-14 17:48 ㅣ 수정 : 2016-10-14 18:05
[출처: 서울신문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61015022004&wlog_tag3=daum#csidx1c7cff619478c8c85dcb38c709066e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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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명자 ‘오로라를 넘어서’ 100㎝X100㎝, 캔버스에 오일
홍익대 서양화과 대학원 졸업. 파리 그랑드쇼미에르 아카데미 수학. 베이징 금일미술관 초대전 등 개인전 40여회.
[출처: 서울신문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61015022004&wlog_tag3=daum#csidx8725f279ff161a6967081e5fbe0fa32
보고 싶은 친구에게/신해욱
열두 살에 죽은 친구의 글씨체로 편지를 쓴다.
안녕. 친구. 나는 아직도
사람의 모습으로 밥을 먹고
사람의 머리로 생각을 한다.
하지만 오늘은 너에게
나를 빌려주고 싶구나.
냉동실에 삼 년쯤 얼어붙어 있던 웃음으로
웃는 얼굴을 잘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구나.
너만 좋다면
내 목소리로
녹음을 해도 된단다.
내 손이 어색하게 움직여도
너라면 충분히
너의 이야기를 쓸 수 있으리라 믿는다.
답장을 써주기를 바란다.
안녕. 친구.
우르르 넘어지는 볼링핀처럼
난 네가 좋다.
|
말이 되는 소린가. 죽은 친구에게 답장을 써 달라니! 빙의란 말은 들어 봤다지만, 죽음에게 몸을 빌려준다니! 그러나 그 친구의 필체로 쓴 편지는, 그대로 그 친구가 보낸 답장이지 않을까? 죽은 친구가 그의 손으로 밥을 먹고, 그는 죽은 친구의 생각으로 말한다. 사실 우리는 이런 일들에 대해 무척이나 잘 알고 있다. 그리움은 내 몸속에 나만이 들어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얼어붙은 웃음을 웃을 수밖에 없는 것은, 우리를 갈라놓은 세상이 춥기 때문이지만, 너와 함께 나는 나의 전부를 쓰러뜨릴 준비가 돼 있다.
신용목 시인
[출처: 서울신문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61015022004&wlog_tag3=daum#csidx00786897471373d9dce69528bb5f0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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