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 앞에서 ―박목월(1916∼1978)
나는 우리 신규가
젤 예뻐.
아암, 문규도 예쁘지.
밥 많이 먹는 애가
아버진 젤 예뻐.
낼은 아빠 돈 벌어가지고
이만큼 선물을
사갖고 오마.
이만큼 벌린 팔에 한 아름
비가 변한 눈 오는 공간.
무슨 짓으로 돈을 벌까.
그것은 내일에 걱정할 일.
이만큼 벌린 팔에 한 아름
그것은 아버지의 사랑의 하늘.
목월 선생의 시는, 너무나 좋다.
왜 좋은 것일까. 그의 시는 날카롭지 않아서 좋다. 있는 척, 잘난 척하지 않아서 좋다. 시인의 작품들 가운데 ‘크고 부드러운 손’이라는 시가 있는데, 이 제목이 박목월 시인을 표현하기에 딱 적절해 보인다. 크고 부드러울 뿐만 아니라 따뜻하고 두툼한 손. 우리는 이 손을 잘 알고 있다. 그것은 내 아버지의 손이고, 이 시대 가장 아버지다운 아버지들의 손이다. 다시 말해, 시인의 시를 읽으면 아버지의 다정하고 굵은 육성을 들을 수 있다. 그러니 그의 시가 좋지 않을 수 없다.
지키지 못할 약속을 안고 돌아서는 아버지는 너무나 인간적이다. 신이여, 저는 왜 이리 무능하고도 보잘것없습니까. 이렇게 짠한 모습으로 아버지는 뒤돌아서서 신을 부른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장면에서 저 아버지는 세상 가장 큰 사람으로 보인다. 이러니 목월 선생의 시가, 또는 저 아버지가 좋지 않을 수 없다.
나민애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