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기생들, 운동할 때의 집중력이면 수업 충분히 따라가"
곽수근 기자 입력 2017.01.07 03:11 댓글 2개
체육특기생 학사관리 구멍] [下] 특기생 출신 교수들의 경험담
맨 뒤 멍하게 앉은 모습에 한숨
일부러 특기생들 맨 앞에 앉혀 그들 눈높이에 맞춰 수업 진행
감독·선수 "시간 낭비" 반발에 "은퇴하면 어떻게 살건가" 설득
농구와 학업 모두 잘 해내는 미국 영화 보여주며 동기 부여
한명이 성적 오르자 다들 바뀌어
"맨 뒤에 멍하니 앉아 있는 체육 특기생을 보면 마음이 아파요. 예전 제 모습 보는 것 같아서…."
4년제 대학에서 운동생리학을 가르치는 A교수는 강의 시간에 체육 특기생을 불러 맨 앞자리에 앉힌다. 그런 다음 특기생 눈높이에 맞추어 수업을 진행한다. 체육 특기생이 이해할 정도면 다른 학생들도 수업을 제대로 소화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다른 이유도 있다. 그 자신이 체육 특기생 출신이기 때문이다.
그는 "나 역시 학창 시절에 지금의 제자들과 다름없었다"고 했다. 어릴 때부터 대학 입학까지 공부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학 2학년 때 오로지 운동만 해온 선배들이 은퇴 후 사회에서 줄줄이 낙오하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그는 알파벳 ABC부터 처음 익히며 공부를 시작했다. 이후 미국으로 유학해 학부 수업부터 다시 들어 석사와 박사 학위를 땄다.
그는 "막상 공부를 해보니 체육 특기생도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수업을 소화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A교수는 국내로 돌아와 체육 특기생들에게 공부를 시키기 시작했다. 그는 "무엇보다 '내버려두면 운동 그만둔 후 학생들 삶은 누가 책임지나' 걱정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감독과 특기생들은 반발했다. "운동만 잘하면 됐지 왜 수업 듣느라 시간을 낭비하느냐"는 것이었다. A교수는 자신의 경험과 주변 사례를 들어 "은퇴 이후는 물론이고 지금 운동을 더 잘하기 위해서도 수업을 들어야 한다"고 설득했다. 한편으론 수업에 빠지는 특기생들에겐 엄격하게 성적을 매겼다. 원칙을 지켜가니 바뀌기 시작했다.
A교수는 "강의 때 체육 특기생이 비특기생보다 수업 이해도가 높을 때가 많다"며 "운동할 때 익힌 집중력을 공부에 접목하면 충분히 수업을 따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부모와 지도자들이 어린 학생들에게 '너는 공부할 필요 없다'는 생각을 자꾸 주입시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초등학교 때부터 반드시 운동과 학업을 병행하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태권도 선수 출신으로 한 사립대학 교수인 B씨는 매년 입학하는 체육 특기생들에게 먼저 영화 '코치 카터'를 보여준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고교 농구 코치가 공부 안 하는 학생 선수들을 이끌어 학업과 운동 모두 성공으로 이끈 사례를 담았다. B교수는 "영화를 보고 동기부여를 받는 학생이 10명 중 1명꼴"이라며 "이들이 밤새워 공부해 시험에서 C학점 이상을 받자 다른 학생들도 변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같은 특기생인 저 친구도 하는데 내가 못할 이유가 없다'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공부하는 학과가 됐다는 것이다. 이 학과 체육 특기생 가운데는 평균 학점 4.0 이상으로 비특기생보다 뛰어난 성적을 낸 경우도 있고, 4년 내내 성적 장학금을 받은 학생도 있다.
B교수는 "영화를 처음 봤을 땐 학생들이 '공감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하다가 공부를 시작하면서 '시험 볼 때마다 아는 문제가 늘어났다'며 의욕적으로 변했다"며 "'지도자가 되려면 기본 지식은 알아야 한다'고 수업 참여를 권한 것도 효과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체육 특기생들은 어릴 때부터 같은 반 학생과 담임선생님의 무관심 속에 살아왔다"며 "초·중·고교부터 학사 관리를 엄격히 하면 이런 소외감과 사회 부적응 문제를 해소하고 대학 교육도 정상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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