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광섭(1905~77)
이는 내가 사랑하는 한 나라일러라
세계에 무수한 나라가 큰 별처럼 빛날지라도
내가 살고 내가 사랑하는 나라는 오직 하나뿐
반만 년의 역사가 혹은 바다가 되고 혹은 시내가 되어
모진 바위에 부딪쳐 지하로 숨어들지라도
이는 나의 가슴에서 피가 되고 맥이 되는 생명일지니
나는 어데로 가나 이 끊임없는 생명에서 영광을 찾아
남북으로 양단되고 사상으로 분열된 나라일망정
DA 300
나는 종처럼 이 무거운 나라를 끌고 신성한 곳으로 가리니
오래 닫혀진 침묵의 문이 열리는 날
고민을 상징하는 한 떨기 꽃은 찬연히 피리라
이는 또한 내가 사랑하는 나라 내가 사랑하는 나라의 꿈이어니
남북으로 갈리고 세상 모두 침 뱉고 손가락질하는 천덕꾸러기일지라도 우리는 종처럼 무거운 나라를 묵묵히 끌고, 저 ‘신성한 곳으로’ 갈 수밖에 없다. 이 나라 다시 씻기고 머리 빗겨 돌봐야 한다. 거룩해질 날을 기다려야 한다. 아이들도 살아야 할 나라이므로.
<김사인·시인·동덕여대 문예창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