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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어떤 사람
어떤 사람
-신동집(1924~2003)
-신동집(1924~2003)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별을 돌아보고
늦은 밤의 창문을 나는 닫는다.
어디선가 지구의 저쪽 켠에서
말없이 문을 여는 사람이 있다.
차겁고 뜨거운 그의 얼굴은
그러나 너그러이 나를 대한다.
나즉히 나는 묵례를 보낸다.
혹시는 나의 잠을 지켜 줄 사람인가
지향없이 나의 밤을 헤매일 사람인가
그의 정체를 알 수가 없다.
다음 날 이른 아침 창문을 열면
또 한번 나의 눈은 대하게 된다.
어디선가 지구의 저쪽 켠에서
말없이 문을 닫는 그의 모습을.
나즉히 나는 묵례를 보낸다.
그의 잠을 이번은 내가 지킬 차롄가.
그의 밤을 지향없이 내가 헤맬 차롄가.
차겁고 뜨거운 어진 사람은
언제나 이렇게 나와 만난다,
언제나 이렇게 나와 헤어진다.
지구 저켠의 그와 나는 이처럼 번갈아 서로의 밤을 지켜주는 유대 속에 있는 것이다. 그에게 '나즉히 묵례를 보내는' 마음을 지니는 것은 비할 데 없이 신비롭고 따뜻한 일. 이런 개안은 세상을 조금은 견딜 만하게 한다. 그와 나 사이의 이 '말없음'이 또한 아름답지 않은가. 프로스트를 번역한 영문학자이자 근면한 시인이었던 그는 대구 출신으로 영남 시단의 한 중심이었다. 1968년의 시집에 수록된 시.
<김사인·시인·동덕여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어떤 사람
늦은 밤의 창문을 나는 닫는다.
어디선가 지구의 저쪽 켠에서
말없이 문을 여는 사람이 있다.
차겁고 뜨거운 그의 얼굴은
그러나 너그러이 나를 대한다.
나즉히 나는 묵례를 보낸다.
혹시는 나의 잠을 지켜 줄 사람인가
지향없이 나의 밤을 헤매일 사람인가
그의 정체를 알 수가 없다.
다음 날 이른 아침 창문을 열면
또 한번 나의 눈은 대하게 된다.
어디선가 지구의 저쪽 켠에서
말없이 문을 닫는 그의 모습을.
나즉히 나는 묵례를 보낸다.
그의 잠을 이번은 내가 지킬 차롄가.
그의 밤을 지향없이 내가 헤맬 차롄가.
차겁고 뜨거운 어진 사람은
언제나 이렇게 나와 만난다,
언제나 이렇게 나와 헤어진다.
지구 저켠의 그와 나는 이처럼 번갈아 서로의 밤을 지켜주는 유대 속에 있는 것이다. 그에게 '나즉히 묵례를 보내는' 마음을 지니는 것은 비할 데 없이 신비롭고 따뜻한 일. 이런 개안은 세상을 조금은 견딜 만하게 한다. 그와 나 사이의 이 '말없음'이 또한 아름답지 않은가. 프로스트를 번역한 영문학자이자 근면한 시인이었던 그는 대구 출신으로 영남 시단의 한 중심이었다. 1968년의 시집에 수록된 시.
<김사인·시인·동덕여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어떤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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