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편지·카톡·밴드/하루 시 한 편 읽기

하루 시 한 편 읽기 39 -선운사에서/최영미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7. 5. 27. 09:32
728x90


<하루 시 한 편 읽기 39 -선운사에서/최영미>




선운사에서/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시집서른 잔치는 끝났다(창작과비평사. 19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