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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의 시 한국일보 2015-10-20 (화)
나무를 낳는 새 / 유하
고필종 ‘창살’
찌르레기 한 마리 날아와나무에게 키스했을 때나무는 새의 입 속에산수유 열매를 넣어주었습니다
달콤한 과육의 시절이 끝나고어느 날 허공을 날던 새는최후의 추락을 맞이하였습니다바람이, 떨어진 새의 육신을 거두어 가는 동안그의 몸 안에 남아있던 산수유 씨앗들은싹을 틔워 잎새 무성한 나무가 되었습니다.
나무는 그렇듯새가 낳은 자식이기도 한 것입니다.
새떼가 날아갑니다울창한 숲의 내세가 날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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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가 열매를 그냥 따먹은 게 아니다. 새는 나무에게 사랑의 키쓰를 했고, 그때 나무는 새의 입 속에 열매를 넣어준 것이다. 한 생애가 끝나 새가 죽은 후, 대지는 씨앗을 받아 무수히 산수유 나무를 키웠다. 그러니까 새와 나무의 인연은 사랑의 인연이다. 새들은 나무의 연인이며 어머니이며 미래인 것이다. 만남이 힘들고 인연이 두려워지거든, 나무를 낳는 새들을 기억해보자. 생명은 사랑으로 영원히 순환한다. 그래서 사랑의 인연은 짧아도 아름답다.
임혜신<시인>
한국일보
http://seattle.koreatimes.com/article/20151020/948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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