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이영광
너는 내 표정을 읽고
나는 네 얼굴을 본다
너는 쾌활하고 행복하게 마시고 떠든다
그래서
나도 쾌활하고 행복하게 마시고 떠든다
그러다 너는 취해 운다
그래서 나는 취하지 않고 운다
눈물을 닦으며 너는 너를 사랑한다
눈물을 닦으며,
나는 네 사랑을 사랑한다
너는 나를 두고 집으로 갈 것이다
나는 너를 두고, 오래 밤길을 잃을 것이다
네 얼굴엔 무수한 표정들이 돛처럼 피어나고
내 얼굴은 무수한 표정들에 닻처럼 잠겨 있다
작품 출처 : 이영광 시집, 『나무는 간다』, 창비, 2013.
이영광 |「얼굴」을 배달하며…
본다는 게 저절로 되는 일 같지만 쉬운 일은 아니죠. 보고 있지만 안 보는 일이 태반이니까요. 인권운동가 리베카 솔닛은 어머니가 알츠하이머에 걸리자 어머니가 그녀를 알아보느냐는 질문을 수없이 받았다고 합니다. 솔닛은 그 질문이 참 짜증스러웠다고 고백합니다. 어머니가 자신을 알아본다는 게 그렇게 중요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죠.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요? 병에 걸리기 전에도 엄마는 딸을 제대로 본 적이 없으니까요. “엄마는 내가 일종의 거울이 되기를 바라셨죠. 엄마가 보고 싶은 자신의 이미지, 완벽하고 온전히 사랑받고 언제나 옳은 모습을 비춰주는 그런 거울 말이에요. [……] 엄마가 계속 그렇게 나한테서 기적을 바라는 한 나는 절대 그것에 맞출 수가 없어요.”(『멀고도 가까운』) 누군가를 알아보려면 그의 얼굴에 차오르는 무수한 표정들에 충분히 잠겨봐야 합니다. 내 관심과 욕구에 취하지 않고서요. 우리는 가장 가까운 이들을 알아보지 못하는 때가 가장 많아요.
시인 진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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