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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석의 포엠조명 2 -남도(南道)의 토속적인 시어들 -까치 독사/이병초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8. 5. 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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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석의 포엠조명    2​      남도(南道)의 토속적인 시어들




                                                                  김유석(시인, 웹진 시인광장 편집위원)   



까치 독사


이병초



산과 산 사이 작은 마을 위쪽

칡넝쿨 걷어낸 뒤뙈기를 둘러보는데

밭의 경계 삼은 왕돌 그늘에 배 깔고

입을 쩍쩍 벌리는 까치독사 한 마리

더 가까이 오면 독 묻은 이빨로

숨통을 물어뜯어버리겠다는 듯이

뒤로 물러설 줄도 모르고 내 낌새를 살핀다

누군가에게 되알지게 얻어터져

창자가 밖으로 쏟아질 것만 같은데

꺼낸 무기라는 게 기껏 제 목숨뿐인 저것이

네 일만은 아닌 것 같은 저것이

저만치 물러난 산그늘처럼 무겁다



시집『까치독사(창비, 2016)



 

 

이병초 시인 

 

 

 

1963년 전북 전주에서 출생. 우석대 국문과, 고려대 국문과 대학원 졸업. 1998시안(詩眼)에 연작시 〈황방산의 달〉로 등단. 시집으로 밤비와 『살구꽃 피고가 있음. 불꽃문학상 수상. 현재 웅지세무대 교수



<까치독사>는 익숙하다. 사회적으로 충실했던 지난날의 시를 보는 듯싶다. 치명적인 독을 가진 토종으로 칠점사라 불리기도 하는 까치독사를 일차적으로 화자, 아울러 절대적인 상황에 직면한 소시민의 사정으로 비유하고 있다. 영역이라곤 칡넝쿨 걷어낸 뒤뙈기에 지나지 않을 뿐인 하찮은 그것을 목숨 걸고 지키려는 독사의 치켜 든 대가리가 보잘 것 없는 민중들의 모습에 처연하게 오버랩 된다.



남도(南道)의 토속적인 시어

   

 

  한두 편 아니면, 대여섯 편 가량을 특집으로 소개하는 문예지들의 시편들을 읽는 즐거움이라면 아무래도 시인들의 다양한 사유를 엿보는 데에 있을 것이다. 리얼리티든 모더니티든 저마다 추구하는 정신세계를 들러보는 일은 시인으로서의 동질감을 얻기도 하고 때로는 자극을 받기도 한다. 보내오는 책들을 모두 읽어본다는 기특한 시인도 있다지만 매월, 혹은 계절마다 몇 권의 문예지를 받아 읽는 것이 고작인, 그마저 생업에 시달리느라 다 읽지 못하거나 세심하지 않을 때가 솔직히 많아 한 편의 시를 두고 이런 글을 써야한다는 것은 자기편향 같기도 하고 딴엔 공연한 생색을 내는 일 같아 여간 옹색하지가 않다. 어쨌든 시인들에 의해 이미 충분히 익었거나 동일한 소재를 두고 별다른 이미지와 비유를 제시하는 시편들을 만날 때면 자못 신선하다. 이미지의 중첩을 통해 또는, 서사에 관념을 끼워 넣는 방법으로 텍스트를 끌어가는 작품들이 늘어가는 것은 흐름으로 간주하되 가슴은 없고 머리만 달린 글들, 따르다보면 문득 돌이 되어버리는 메두사적인 시편들보다 사람이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 가운데 툭 던져지지 못하고 어줍게 가슴을 비비적거린 듯한 글들, 그것이 아차! 뒷덜미를 쓸게 할 때 여기저기 시인의 작품들을 찾아 헤매는 일이 즐거워 문예지들을 넘기는 지도 모를 일.

  <까치독사>는 익숙하다. 사회적으로 충실했던 지난날의 시를 보는 듯싶다. 치명적인 독을 가진 토종으로 칠점사라 불리기도 하는 까치독사를 일차적으로 화자, 아울러 절대적인 상황에 직면한 소시민의 사정으로 비유하고 있다. 영역이라곤 칡넝쿨 걷어낸 뒤뙈기에 지나지 않을 뿐인 하찮은 그것을 목숨 걸고 지키려는 독사의 치켜 든 대가리가 보잘 것 없는 민중들의 모습에 처연하게 오버랩 된다.

<  뒤로 물러설 줄도 모르고/ 꺼낸 무기라는 게 기껏 제 목숨뿐인 저것>으로 요약할 수 있는 “까치독사”들은 아직 우리 사회 곳곳에 많다. 얼핏 지난 시대의 일처럼 느껴지는 것은 아마 토속어의 구사와 반도회적 정서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병초 시인은 남도南道 말에 능하다. 세 번째 시집인 <까치독사>에 앞서 그는 그 동안 순 우리말이나 사투리의 능란한 구현을 통한 농촌의 정서에 천착해왔다. 고향을 애착하는 까닭도 있겠지만 애초부터 필경 그것을 바탕으로 사람냄새 나는 독특한 시세계를 펼쳐온 듯싶다. 이 작품에 보이는 뒤뙈기, 되알지게 등의 토속어는 맛보기에 지나지 않는다. 시집 전반에 걸쳐 우리말과 사투리, 그리고 걸쭉한 관용적 토속어들이 맛깔스럽게 들어 있다.

  “저 쥐알태기만 헌 것 배까티서 먼 지랄을 허다 왔간디 서리 묻은 속살헌티도 퇴짜 맞었간디 들이당창 …”-<군산집>, “으런 야그허는디 워떤 시러베아덜놈이 흔 삼베바지 불알 빠지디끼 요렇게 삐드러짐서 걸레방구 뀌고 지랄이냐잉 …”-<윷놀이>

  사투리나 토속어의 구사에는 결이 있다. 우리 말 몇 개 끼워 넣는다고 구수하고 유장한 문장이 되는 것은 아니다. ‘술상 좀 차리거라’가 아니라 ‘술상 좀 보거라’, ‘닭이나 잡아 먹세’가 아니라 ‘닭이나 뜯세’가 남도 말인데 이병초의 시편들은 그것을 꿰뚫고 있는 것이다. 이병초에게서 느껴지는 정서에 젖으며 백석白石을 입에 올리는 일은 외람된 일이겠으나, 굳이 <까치독사>를 올리는 것은 이 시보다 시집을 이야기하기 위함이다. 그 밖에 따로 글이 길어진다면 사족이다.



김유석 시인

 

1960년 전북 김제에서 출생. 전북대학 문리대 졸업. 199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부문에 〈신월기계화단지〉가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상처에 대하여』(한국문연, 2005)가 있음. 현재 웹진 『시인광장』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