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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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 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아롱아롱 꽃잎이 지는 어느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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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적막강산>(1963)- |
해 설 | ||||
[개관정리] ◆ 성격 : 서정적, 전통적, 달관적 ◆ 표현 : 적지 않은 한자어가 구사되고 있으나 낯설거나 관념적인 느낌을 주지는 않음. 격정, 낙화, 결별, 성숙 등의 시어는 이 시의 분위기와 완전히 조화를 이룸. 시상 전개의 변증법적 논리 : 개화(만남, 사랑) ↔ 낙화(이별, 떠남) ↓ 결실(성숙) ◆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1연 → 꽃잎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이별을 생각하면서, 그 이별을 아름답게 수용함. * 격정을 인내한 → 봄에 꽃이 만발하듯 격렬하게 치솟는 사랑의 감정을 참아 냄. * 분분한 낙화 → 향기를 풍기며 풀풀 날리는 꽃잎들(축복의 이미지) 이 낙화는 4연의 '열매'에 이어지면서 '새로운 생명체로의 생성을 위한 소멸 및 자기 희생'을 의미 *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 → 꽃이 져야만 열매가 맺는 자연의 섭리를 통해, 사랑이 지는 것도 영혼의 성숙을 위한 축복이 된다는 이치를 담고 있다. 더 큰 만남을 예비한 이별을 의미함.(역설법) * 열매 → 더 큰 만남 *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 한때 왕성했던 나의 청춘의 사랑도 지는 꽃처럼 이별을 맞이하는 상황. '꽃답게'라는 말에서 깨끗한 이별의 아름다움이 암시되어 있다. '결실을 위한 희생' *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 순정한 아름다움 * 샘터에 물 고이듯 → 조금씩 끊임없이 *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 내 영혼의 슬픈 눈 → 고통을 견디면서 성숙해지는 인간 내면의 아름다움. 아픔을 견디면서 성숙하는 것이지만, 슬픔의 정조는 지울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부분이다. 인간이기에 슬픔 자체를 부정할 수 없음을 보여 준다.
◆ 제재 : 낙화(이별) → 성숙을 위한 아픔, 더 큰 만남을 위한 이별 ◆ 주제 : 낙화와 이별의 아름다움(이별의 수용과 정신적 성숙) | ||||
[시상의 흐름(짜임)] ◆ 1연 : 낙화의 아름다움('이별=떠남'의 아름다움) : 운명에 순종할 줄 아는 사람의 아름다운 모습이 연상됨. ◆ 2연 : 꽃이 떨어짐(젊은 날의 사랑이 끝남) ◆ 3연 : 낙화의 시간(이별의시간) = 축복의 시간으로 형상화됨. ◆ 4연 : 꽃이 떨어지는 의미(성숙한 결실을 위한 이별) ◆ 5연 : 꽃이 지는 아름다운 정경(아름다운 이별) ◆ 6연 : 이별을 통해 성숙해져 가는 영혼 | ||||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 양승국의 <한국 현대시 400선>에서 17세에 등단하여 일찍이 그 조숙성을 세상에 드러낸 바 있는 시인이지만, 이 작품을 통해 그는 다시 한 번 자신의 문학적 천재성을 과시하는 계기가 되었다. 20대 중반의 청년이 썼다고는 하기 어려울 정도로 이 시는 차분한 어조로써 삶의 보편적 측면에 대한 깨달음과 체념, 생의 예지 같은 것을 펼쳐내고 있다. 물론 시인의 내부에 서려 있는 젊음으로 해서 감상적 색채가 완전히 탈색한 것은 아니더라도 전후의 절망과 허무가 완전히 가셔지지 않은 당시의 문단 상황에서 이같이 정제된 서정시를 보여 주었다는 점은 이 작품의 가치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이 시의 첫 연은 낙화의 아름다움을 서술하는 부분으로, 작품 전체의 주제와 인상을 집약하고 있는 경구이자 압권이다. 시인은 떨어지는 꽃을 보며 그 꽃의 사라짐을 사람 사이의 만남과 헤어짐으로 환치해 놓는다. 사랑과 이별이 젊은이의 몫임에는 틀림없지만, 시인은 그것을 다만 젊은이에게만 국한시키지 않고 인간 범사의 보편적 국면으로 확대시킨다. 그러므로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 분명히 알고 가는' 낙화의 아름다운 모습은, 사랑하면서도 떠나야 할 것을 알고 떠나가는 연인일 수도 있고, 부와 명예를 보장해 주는 탐나는 자리라 하더라도 그에 연연하지 않고 떠나가는 사람도 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꽃이 떨어진다는 것은 곧 자연의 원리에 순응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이별이나 죽음도 그 참된 의미를 알고 이루어질 때는 아름다울 수 있다는 고귀한 깨달음을 형상화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2 · 3연은 1연의 내용을 구체화하여 사랑의 사라짐과 나의 떠남을 꽃이 떨어져 분분히 흩날리는 모습으로 보여 준다. 4 · 5연은 그것을 더욱 발전시켜 사랑과 이별의 아픈 체험을 거쳐 나의 청춘도 사라짐을 노래한다. 4연의 결구행이나 다름없는 시행을 5연으로 굳이 독립시킨 시인의 의도는 이 시가 사랑의 별리나 젊음의 아픔을 보여주려는 것이 아니라, 성숙하는 영혼에의 축복을 말하기 위함이다. 그러므로 1행으로 이루어진 5연을 중심축으로 전후가 상호 대칭을 이루고 있음을 고려한다면, 전반부의 '젊음 ― 고뇌'와 후반부의 '성숙 ― 인내'의 대립 구조를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소 퇴폐적인 색채를 띠고 있는 이 5연은, '낙화'가 여름날의 '무성한 녹음'과 가을날의 '열매'를 위한 불가피한 과정, 즉 통과 제의(通過祭儀) 같은 것임을 보여 줌으로써 우리네 삶도 그같이 무성한 녹음과 풍성한 결실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청춘기의 고통을 슬기롭게 감내해야 하는 것임을 알려 준다. 6 · 7연은 이러한 깨달음이 심미적 의장(衣裝)을 통해 표현된 부분이다.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 내 영혼의 슬픈 눈'과 같은 표현은 내면의 추상적 사고를 가시적(可視的) 정경으로 나타낸 것으로, 고통의 인내가 내면적 아름다움과 관련된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 의도적 장면이다. 또한 지금 겪는 아픔이 성숙을 위해서는 감수해야 하는 것임을 알면서도 그 슬픔 자체는 부정할 수 없기에 마지막 시행에서 물의 이미지를 이용, 눈물의 형상을 암시하고 비애의 정서를 형상화하였다. 이 시는 대상인 자연을 인간화하고 객관화함으로써 정조와 복합적인 효용을 드러내는 시적 정취를 보여주기도 하는 <落花>는, 꽃이 지는 모습을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하는 모습처럼 노래한다. '개화 → 낙화 →결실'로 이어지는 변증법적 논리로 자연의 법칙(꽃이 피고 짐)을 파악해서, '만남 → 헤어짐 → 더 큰 만남'으로 이어지는 변증법적 논리로 인생의 법칙(만나고 헤어짐)을 파악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 ||||
[문제] ; 2014 수능 국어 영역(A형) 31. 윗글의 표현상 특징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자조적 표현을 통해 삶의 모순을 드러내고 있다. ② 의성어를 활용하여 경쾌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③ 영탄과 독백의 어조를 통해 화자의 심정을 드러내고 있다. ④ 감각적 이미지를 활용하여 대상의 불변성을 부각하고 있다. ⑤ 동일한 문장 형태를 반복하여 순환의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32. ㉠~㉤에 대한 이해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은 이별에 직면한 화자가 겪고 있는 내적인 방황을 드러내고 있다. ② ㉡은 이별을 감내하면서도 지나간 사랑에 연연해 하고 있는 화자의 회한을 드러내고 있다. ③ ㉢은 이별의 고통으로 인하여 삶의 목표를 상실하고 번민에 가득 차 화자의 상황을 표현하고 있다. ④ ㉣은 이별의 경험이 내적 충만으로 이어지리라는 화자의 기대감을 계절의 의미에 빗대어 표현하고 있다. ⑤ ㉤은 이별로 인한 상실감을 잊고 과거의 삶으로 회귀하는 화자의 태도를 표현하고 있다.
33. <보기>를 참고하여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제1연과 제3연의 '가야할 때'는 이전과는 달라진 상황을 인식한 때라는 점에서, 새로운 자아의 모습을 찾게 되는 계기라고 할 수 있군. ② 제2연의 '봄 한철'과 제5연의 '꽃답게 죽는다'는 청춘기의 열정을 비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련에 부딪혀 열정을 잃어가는 자아의 모습을 보여 준다고 할 수 있군. ③ 제3연의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는 이별의 결과에 대한 긍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변화의 수용이 자아 성장의 과정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알 수 있군. ④ 제6연의 '헤어지자/섬세한 손길을 흔들며'는 이별을 수용하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련을 통해 새로워지는 자아상을 확립해 나가는 것임을 알 수 있군. ⑤ 제7연의 '내 영혼의 슬픈 눈'은 화자가 자신을 성찰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시려을 통해 새로워지는 자아상을 확립해 나가는 것임을 알 수 있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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