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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탐구 -우레매’가 될 뻔한 ‘우뢰매’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8. 5. 16.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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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탐구

‘우레매’가 될 뻔한 ‘우뢰매’

  1986년 개봉한 《외계에서 온 우뢰매》는 8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낸 세대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의 영화이다.

  영화는 당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던 개그맨 심형래를 전면에 내세웠다. 심형래 특유의 우스꽝스러운 캐릭터를 그대로 따서 만든 인물 ‘형래’가 영화의 주인공이다. 형래는 외계에서 온 우주인으로부터 초능력을 얻어 정의로운 영웅인 ‘에스퍼맨’이 되고, 변신 로봇 ‘우뢰매’와 함께 지구를 지킨다.

우뢰매 포스터

  영화 《외계에서 온 우뢰매》는 인기 스타인 심형래의 캐스팅과 함께 바보가 영웅으로 변하는 독특한 설정으로 많은 인기를 끌었다. 그뿐만 아니라 어린이 입장객에게 책받침을 선물하는 당시로는 신선한 마케팅, 완구업체와의 합작으로 발매된 우뢰매 장난감 등은 영화의 인기를 돋우기에 충분했다. 200만 관객을 끌어모은 1편의 성공에 힘입어 ‘우뢰매 시리즈’는 이후 1993년 개봉한 9편 《무적의 파이터 우뢰매》까지 8년 동안 총 9편이 제작되었다.

  시리즈의 제목이자 형래가 조종하는 변신 로봇의 이름인 ‘우뢰매’는 상황에 따라 사람의 모습과 매의 모습으로 번갈아 변신한다. 이때 매의 모습과 전기를 다루는 ‘에스퍼맨’의 특징이 합쳐져 ‘우뢰매’라는 이름을 붙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르자면 ‘전기를 다루며 천둥같이 빠르고 강한 매’ 정도의 뜻으로, ‘우뢰’와 ‘매’의 합성어라고 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면 ‘천둥’을 뜻하는 말은 ‘우뢰’가 아니라, ‘우레’다. 그렇다면 영화 ‘우뢰매’의 제목은 어째서 ‘우레매’가 아닐까?

천둥 번개가 치는 밤 하늘

  현행 표준어 규정 제26항에는 ‘우레’를 ‘천둥’과 함께 복수 표준어로 규정하고, ‘우레’를 표준어로 삼은 이유가 아래와 같이 설명되어 있다.


‘우레/천둥’의 ‘우레’는 본래가 ‘울다’의 어간 ‘울-’에 접미사 ‘-에’가 붙어서 된 말이었는데,
어느 결에 한자어식 표기로 바뀌어 ‘우뢰(雨雷)’라 쓰여 왔던 것이다.
이번 규정에서는 고어에도 ‘우레’로 나타나는 점을 감안하여 ‘우레’로 되돌려 처리한 것이다.

  이러한 표준어 규정 개정은 1988년에 이루어졌다. 그보다 조금 전인 1986년에 개봉한 영화 《외계에서 온 우뢰매》에서 ‘우뢰매’가 당시에는 잘못된 표기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표준어 규정이 개정된 1988년 이후 개봉한 후속작들에서도 ‘우뢰매’라는 이름은 고집되었다. 아마 ‘우뢰매’라는 이름으로 유명해진 영화의 제목과 로봇 이름을 ‘우레매’로 수정하기에는 부담이 따랐기에 기존의 이름을 고수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우레’는 많은 사람들이 표기를 헷갈려 하는 어휘들 중 하나다. 많은 사람이 치는 매우 큰 소리의 박수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인 ‘우레(와) 같은 박수’에서도 ‘우레’를 ‘우뢰’로 잘못 표기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영화 ‘우뢰매’와 관련된 일화와 함께 올바른 표기를 기억해 두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