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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특별한 우리말 -일상을 시로 쓰다/최대호 작가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9. 4. 24.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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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소통망(SNS)에서 소소한 일상을 시로 쓰며 많은 공감을 이끌어 내는 최대호 작가, 그는 사람들이 평소에 아무렇지 않게 쓰는 우리말에 사랑과 힘을 담는다. 학창 시절부터 언어에 관심이 컸던 그는 지금도 스치는 단상을 짤막한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최대호에게 ‘시’란

 최대호 작가는 학창 시절 대학수학능력 시험 과목 중 언어 영역(지금의 국어 영역)의 점수가 특히 높았고, 언어 학원에 따로 다니기도 했다. 하지만 시인을 꿈꿨던 것은 아니다. 대학에서는 경영학을 전공했으며, 창작과는 거리가 먼 공대로 편입해서 취업을 준비했다.

 “전과 후 들은 전공 수업들의 점수가 좋지 않았어요. 그렇다 보니 취업도 잘되지 않아 많이 힘들었어요. 날마다 도서관에 갔는데 그때마다 장난 식으로 시를 쓰기 시작했죠. ‘시’라는 건 어려운 분야이지만, 재미있는 ‘최대호 식 웃긴 시’가 태어난 거죠.”

 2014년부터 하나씩 쓰기 시작한 시들을 모아 사비로 책을 만들었다. 최대호 시인은 그때가 인생 최고의 순간이었다고 한다. 그는 시를 두고 ‘명품 동아줄’이라고 비유했다.

 “글을 쓰기 전에 여러 가지로 상황이 좋지 않았어요. 취업이 안 돼서 자신감도 떨어지고……. 하지만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과거와 비교했을 때 자신감이 많이 오른 것 같아요. 저에게 시는 장인이 만들어 끊어지지 않는, 정말 고마운 동아줄이죠.”

한 편의 시에 애환, 사랑, 용기를 담다

 그의 시는 특히 젊은 독자들에게 인기가 좋다. 그만의 특별한 비결이 있는 걸까. 최대호 작가의 시는 딱 그를 닮았다. 솔직하고, 단순하고, 시원하다. 시집 ≪읽어보시집≫, ≪이 시 봐라≫와 산문집 ≪솔직히 말하면 괜찮지 않아≫까지 독특한 책 제목들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들어 읽다 보면 어느새 위안을 받게 된다.

 “‘다 힘드니까 나 혼자 유난 떨 거 없어.’라고 생각하는 게 싫었어요. 사람들은 다 다르잖아요. 정말 힘들면 포기할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괜찮지 않으면 당당하게 괜찮지 않다고 말하고 스스로에 대해 생각해 볼 시간을 마련해야 정말로 괜찮아 질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그는 직장을 다니며 글을 썼다. 안정적인 수입이 있다면 좋아하는 일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부족했다. 그래서 최대호 작가는 과감하게 회사를 그만 두고, 집에서도 독립했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다 보니 내가 할 수 있는 선 안에서 다양하게 할 수 있는 것들이 떠오르기 시작했어요. 때마침 강의 제의도 많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최대호 팬상품(굿즈)도 만들기 시작했고요. 예전이었다면 누가 시켜도 안 했을 일이었을 텐데 많은 생각들을 하고 시도하다 보니 이루어진 일들 같아요.”

 그는 젊은 친구들이 자신만의 속도대로 가길 바란다. 단, 희미하더라도 방향은 유지하며 말이다. 방향이 틀렸다면 그때 고치면 되니 경쟁하듯 나를 잊고 살아가지 않길 바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누리소통망에 실린 시들은 피식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고, ‘당신은 소중하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한다.

언어, 좋고 나쁨 없이 순간을 기록했으면

 주로 누리소통망에서 활동하는 만큼 그는 표준어 보다 신조어에 더 많이 익숙할 것 같았다. 문득 신조어에 대한 그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저라고 해서 신조어에 통달한 건 아니에요. 종종 활용할 뿐이죠. 우연히 버스에서 어린 학생들이 대화하는 것을 들었는데 인터넷에서만 쓰일 것 같던 표현들을 실제 발화해서 쓰는 모습에 조금 놀라기도, 신기하기도 했죠. ‘나도 나이가 들었구나.’ 하며 피식 웃었어요. 어린 친구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잘 못 알아듣거나 뒤늦게 이해할 때가 있는데 꼭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우리말은 어순이 바뀌어도 쉽게 이해되기도 하고 창의력을 발휘하기에도 좋아 신조어가 활발하게 탄생하는 것 같아요. 그런 점들이 우리말만의 특성이다 보니 신조어도 꼭 배척하기 보다 기록으로 남겨 둔다면 또 하나의 볼거리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 점에서 제가 자주 찾는 국립국어원의 ‘우리말샘’은 흥미로운 우리말 창고라고 생각해요. 우리말을 잘 안다면 상황에 맞는 표현들을 풍부하고도 정확하게 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런다면 의사소통이 원활해지고, 더 쉽게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겠죠. 더 많은 분들이 우리말을 사랑하면 좋겠어요.”

글: 이예슬
사진: 김한석, 최대호 누리소통망(@decoi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