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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시조 미학의 새로운 모색과 전망/황치복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0. 5. 21.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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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시조 미학의 새로운 모색과 전망

황치복

 

 

단시조 미학의 특징과 변형

 

최근 들어 단시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실제로 단시조집의 발간을 비롯한 다양한 결과들이 산출되고 있다.

단시조에 대한 관심은 시조의 본령을 성찰하게 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모습으로 생각되며,

시조의 구조적 완결성에 대해 관심을 환기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국면으로 판단된다.

단시조애 대한 시조시인들의 관심은 전통적 시조의 간결하고 담백한 미의식을 되돌아보고,

긴장과 압축을 통해서 시적 정조를 갈무리하고자 했던 시조 양식의 본원적 정신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현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찍이 가람은 1942년에 시조는 혁신하자는 글을 통해서 연시조의 창작을 권유한 바 있다.

연작을 쓰자는 제목으로 시조의 혁신 방안을 제시한 글에서 가람은 오늘날 우리의 생활상은

예전보다도 퍽 복잡하여지고 새 자극을 많이 받게 됨에 따라, 또한 작자의 성공도 가지가지로 많을 것이다.

그것을 겨우 한 수만으로 표현한다면, 아무리 그 선을 굵게 하더라도 될 수 없으며,

된 대야 부자연하게 되고 말 것이니, 자연 그 표현방법을 전개시킬 수밖에 없다.”고 하면서

현대사회의 복잡한 구조와 현대인의 다면적인 사상 감정을 표현하는 데에 있어서

연작 시조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도남 조윤제는 1940년에 발표한 시조의 본령이라는 글에서 이를 반박하고 있다.

그 형식이 짧아서 일수 一首로서 만족한 표현을 얻지 못하는 경우에는 2수 혹은 3수로 만족한다든지

또한 그 운조韻調에 약간의 변조를 쓴다하는 것쯤은 가할지 모르나 그렇다 하여

시조의 本形式을 깨뜨려서 일수일수一首一首의 형식을 연격聯格으로 달아 수수數首의 군으로서 시

조의 미학적 완결성을 깨뜨리고 그 양식적 특성을 해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러면서 가람의 3수 연작의 그리운 그날을 분석하고 평가하면서내용으로는

그 일수일수一首一首가 완전히 독립하지 못하고 그 먼저의 혹은 그 다음의 수에 의지하여서만 존재할 수 있어

소위 연격식聯格式으로 되어 있는데, 이렇게 되면 벌써 그 내용은 3장의 정형에 통일되지 못하고

6六章 혹은 9九章에 가서 비로소 그 통일적 표현을 얻을 수 있어

시조의 정형시적 형식은 완전히 파괴되었다고밖에 볼 수 없다.

따라서 시조의 생명은 상실되어 그러한 작품은 시조란 이름으로 부를 성질의 것이 되지 못함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라고 지적하고 있다.

 

가람의 연작을 쓰자는 제안은 시조의 짧은 형식으로 복잡한 현대의 생활과 현대인의 감정을 담아내기 어렵기 때문에

3장 형식의 전개와 확대를 꾀하여 이에 대응하자는 논리를 전제하고 있는데,

도남은 이에 대해시조의 형식이 짧아 현대인의 복잡한 감정을 다 담을 수 없다하지마는 이것은 비단 우리 시문학에서만이 아닐 것이다. ”라고 하면서

정형시의 형식적 특성을 깨뜨리지 않으면서 복잡한 현대인의 생활감정을 담아낼 것을 강조하고 있다.

시의 형식이 짧거나 단순해서 복잡한 사상과 감정을 담아낼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긴장의 이완과 절제의 붕괴가 시적 형식마저 해체할 수 있다는 의구심을 표명하고 있는 셈이다.

 

현대시조의 창작 방법을 둘러싸고 벌어진 두 거장의 논쟁에 대해서

그 우열과 정당성을 가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며, 많은 논의가 필요한 작업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두 입장이 현대시조의 창작을 둘러싼 작시술에서 모두 일면의 타당성을 지니고 있다고 인정하면서

그 논의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있다.

하지만 김윤식 교수가 가람과 이호우의 시조 형식을 거론하면서 지적한 바 있는 형식초과의 연작시조이든 단수형의 단시조이든

중요한 것은 시적 긴장과 응축이며 그러한 표현을 가능케 하는 것은 시인이 견지하는 세계와의 전투적 태도와 열정,

그리고 끊임없이 회의하는 정신이라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현대시로서의 현대시조는 주자학적 세계관에 토대를 두고 있는 고시조의 발상과 사유,

그리고 그것들을 담고 있는 언어를 갱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새로운 감각과 새로운 언어를 통해서 현대사회의 구조를 반영하고 현대인의 생활과 감정을 담아내야 한다는 도전에 직면해 있는 셈이다.

현대적 감각과 현대적 언어를 3장 의 형식에 담아내기 위해서는 형식적 실험과 모험이 필요한데,

그것은 4음보 율격의 다양한 변형으로 귀결될 것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시조는 2음보가 중첩된 4음보의 율격으로 한 장(또는 한 행)을 구성하는데,

이러한 장이 세 개 이어져 한 편의 단시조를 완성한다.

 

그런데 엇시조나 사설시조에서도 안 수 있듯이, 시조의 율격은 2음보 율격의 중첩과 분단에 의해서 다양한 율격적 변형이 가능하고,

그러한 점에서 시조는 정형시定型詩이면서 정형시整型詩이기도 한 셈이다.

복잡하고 독특한 현대사회의 특성과 개성을 실현하기 위해서 단시조는 이러한 율격적 변형을 통한 시상詩想과 의미의 진폭을 심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현대시로서의 단시조를 가늠기 위해서는 이러한 율격적 변형의 양상들을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단시조의 완결적 형식에 대한 탐구가 필요하다.

다른 정형시와 달리 시조의 형식은 완결성과 폐쇄성을 특히 강조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특징은 종장의 율격적 장치를 통해서 실현되는데 4음절의 음보를 평음보라 하고

그보다 작은 음절을 소음보, 그리고 5음절 이상을 가진 음보를 과음보라고 했을 때,

시조의 종장은 소음보, 과음보, 평음보, 소음보의 형태를 니지고 있다.

이러한 시조 종장의 율격적 특징은 첫 두 음보의 율격적 이완과 긴장의 대립을 통하여 극적인 긴장과 고양을 이루어 서정적 전환을 마련하고,

마지막 두 음보를 통해서 긴장을 이완하고 유장한 가락을 통해서 시상을 종결시키는 기능을 하게 된다.

리고 시조의 이러한 형식적 구조는 시적 대상과 서정적 자아 사이의 조화 내지

합일이 완성의 경지에 도달했음을 말해주는 문법적 징표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완결성과 폐쇄성을 중시하는 시조의 형식은 대립과 갈등의 서적 산태를 미해결인 채로 방치하지 않고 어떤 형태로든 그것의 해소를 지향할 수밖에 없는데,

이와 같은 조화와 합일의 시적 지향은 시적 대상에 대해 공동체적인 가치를 추인하거나 관습적 판단을 용인하는 결론으로 귀결되기 쉽다.

현대시조가 이러한 완결적 형식을 견지하는 한 자기만의 특수한 정서적 상황이나 개성적 인식을 표출할 수 있는

시적 대상이나 논쟁적 상황을 애써 외면할 가능성이 높다.

시적 대상에 대한 개성적인 정서의 표출이나 미완성된 인식의 제기,

즉 회의나 의심, 망설임과 머뭇거림 등의 시적 태도를 취하기 어렵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자족적이고 폐쇄적인 시조의 형식은 근대적인 미결정성과 중층결정과 같은 의미 영역과

불확실한 시적 정황에 대해서 무기력한 태도를 드러낼 수있다

현대시조가 자명한 인식에 대한 긍정과 관습적 정서의 용인에서 벗어나 탐구로서의 시적 태도를 취하기 위해서는

완결되고 폐쇄적 형식에서 벗어나 열린 구조의 형식을 실험하기 위한 도전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이하 생략 -

2018정형시학 가을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