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어휘 사용과 유행의 변화 (2)
최근의 것은 잘 기억된다. 증가 추세에 있는 단어들을 비교적 어렵지 않게 포착할 수 있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대규모의 통시적인 말뭉치를 통해 증가 추세에 있는 단어들을 추려서 제시하면, 대부분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 많이 나오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이는 우리 기억의 한계이기도 하고 심리적인 여러 기제와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그에 비해 사라져 가는, 소멸하는 단어들을 직관적으로 추측하기는 쉽지 않다.
사라지는 바겐세일
‘바겐세일’은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절정의 쓰임을 보이다가 이후 급격히 감소되는 양상을 보인다.
▲<그림 1> ‘바겐세일’의 연도별 상대 빈도
<그림 1>은 신문에 나타난 빈도만을 표시한 것이므로 ‘바겐세일’이라는 단어가 현재 완전히 소멸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 단어의 감소폭이 급격하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
왜 ‘바겐세일’은 1990년대 후반에 이르러 급격하게 사용이 감소했을까?
▲<그림 2> ‘세일’과 ‘바겐세일’의 연도별 상대 빈도
혹시 ‘세일’의 빈도와 관련 있을까?
<그림 2>는 ‘세일’도 감소 추세를 보이긴 하지만 ‘바겐세일’에 비하면 그 감소폭이 그렇게 크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세일’이 ‘바겐세일’의 영역을 흡수한 것은 아닐까?
‘주부’와 ‘탤런트’는 어디로?
사용 빈도의 감소 추세를 보이는 어휘 중에는 ‘주부’와 ‘탤런트’도 있다.
▲<그림 3> ‘주부’와 ‘탤런트’의 연도별 상대 빈도
<그림 3>에서 볼 수 있듯이 ‘주부’와 ‘탤런트’는 19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부터 사용 빈도가 감소하기 시작한다. 이는 2000년대에 들어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크게 증가하고, 탤런트라는 직업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나타난 현상인가? 아니면 단지 일시적인 우연한 현상일 뿐일까? ‘탤런트’의 감소는 ‘텔레비전’의 감소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인다.
▲<그림 4> ‘테레비’와 ‘텔레비전’의 연도별 상대 빈도
<그림 4>에서처럼 외래어 표기가 다양하게 이루어졌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텔레비전’의 감소 추이는 매우 급격하다. 이러한 감소 추이를 보이는 단어에는 ‘오락, 비디오, 승용차’ 등도 포함된다.
이번 글에서는 명확한 원인 규명보다는 물음표로 끝나는 질문이 더 많았다. 단어의 사용 빈도가 감소한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적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음을 뜻하는데, 어떤 이유로 이들이 관심의 영역에서 벗어나고 있는지를 규명하는 것은 단순한 일이 아니다. 시간적인 간극이 끼어들면 당시의 시점으로 돌아가서 무언가를 밝히는 작업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통시적인 대규모의 말뭉치를 통해 감소 추이를 보이는 단어를 포착할 수 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잊힌다는 것은 서글픈 일이지만 무엇이 잊힌 것인지조차 모른다면 더욱 허망할 것이다.
글: 김일환 (성신여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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