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필사 시

고정희 유고시집...15.16.17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1. 21.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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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밥과 자본주의
왜밥 ·왜자 · 왜교를 경고함

자고로 왜밥은 신민을 만든다(아시아 바람의 전언)

유사 이래 왜자는 매국을 만든다(마닐라 통신)

초지일관 왜교는 낚싯밥을 만든다(차이나 유언비어)

경고한다 경고한다
한국 전국토에 퍼져 있는
코끼리 밥통 속의 왜밥
전자공학 속의 왜자
소니음향기기 속의 왜교를 경계하라
(조선항일투쟁경보)

남북 금수강산의 왜똥 전지화
왜똥 수질오염화를
십사대 국회에 긴급 동의함
(공해반대시민운동)


밥과 자본주의
해방절 도성에 찾아오신 예수


오십억의 해가 뜨는 조용한 분단의 나라 해동조선에서
단군개천 오천년, 그리 
통일염원 오십년 만에 드디어
해방절 운동이 시작되었다
감옥에 갇힌 자가 풀려나고
빚에 묶인 자가 빚을 탕감받으며
억울한 자가 그 억울함에서 위로받는가 하면
소작인이 자기 땅을 되돌려받고
권력을 쥔 자가 권력을 내놓으며
교회와 부자가 곳간문을 열어
여자나 남자나
높은 자나 낮은 자 모두가
완전한 평등
온전한 권리와 밥을 되찾게 하는 해방절,
이 어마어마한 회년운동이 한반도에서 시작되었다니,
과연 서울의 해발절 선포가
오십억 장정의 부활에 이를지
새빨간 거짓 부정 지옥에 떨어질지
비장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똥줄이 타는 어느 진보노선 그리스도인들은
"주님 부디 오셔서 우리를 도우소서"
서둘러 텔렉스를 하늘나라에 보냈고
시간을 벌고 싶은 어느 보수노선 교인들은
"내탓이오 내탓이오" 스티커를 자가용 유리창에 부착했다
이에 마음이 약해진 예수께서는 행장을 꾸리시고
해방절이 준비중인 도성에 들어와
아무도 모르게
달동네에서 하룻밥을 묵으셨다
그러나 다음날 날이 밝바마자
예수께서 머무신 이 달동네에는
미증유의 인파가 몰려들었다
해방절은 구실오면 팔월 십오일이었고
때는 아직 구십삼년 유월,
이름을 알만한 한 성직자가
예수 앞으로 걸어나왔다

사람의 본뜻을 저버린 역사의 벌을 누가
받아야 합니까?

사람의 평화
민족의 평화
온 인류의 평화를 위하여
나는 너희에게 칼를 주러 왔다. 선포하시던 이여
이 나라 이 민족이 지난 오십년 동안
반 평화
반 민족
반 해방속에서 갖은 수난을 겪고
동존상잔의 분단 대립 속에서
백가지 분열과 파당 싸움이 산천을 뒤흔들 때에도
우리는 당신이 주신 칼을 쓰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당신이 위임하신 평화를 지키지 못했습니다
보소서 이 땅에는 아직도
밥줄의 주도권을 겁탈한 자들이
당신의 백성들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보소서 이 세계는 아직도
전쟁의 헤게모니를 장악한 자들이
힘없는 나라들을 종 부리듯 하며
이 지파와 저 지파를 협박하면서
서로 적대감을 부추켜 싸울질시켜 놓고
뒷전에서 이득이나 챙기고 있습니다
백성의 민안을 책임맡은 자들이 하는 일이란
혀끝 하나로 벼락부자가 되고
정의로운 시민을 사팔, 고문, 암살하면서
지금껏 권좌에 않아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고백합니다
당신이 주신 평화의 칼을 들고자 합니다
분단체제 오십년을 넘기지 않겠다며
너희가 스스로 결정하고 너희가 스스로 선포한
해방절의 주체가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해방받을 사람이 누구이냐
내 앞에 앉아 있는 너희 자신이냐?
교적부에 이름을 올린 천만 신도냐?
내 백성이 갖지 못한 것을 다 가진 재벌교회들이냐?
하느님을 담보로
자기 분수 이상을 성취한 자들이냐?
성서를 팔아먹는 거짓말쟁이들이냐?
권력에 빌붙어 주님, 주님, 집회나 벌이는 자들이냐?
머리나 열힘히 굴리고
궁색한 변명이나 늘어놓는 자들아
한심하구나
내게 올 시간이 있었거늘
회개에는 아직 관심조차 없구나
없구나, 없구나

해방절은 자기 몸에 칼을 대는 혁명이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하느님 나라 해방절 운동은
그리스도인의 몸에 칼을 대는 혁명이다
교회가 곳간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닫지 않는 혁명이요
주린자가 다시는 주리지 않게 되는 혁명이요
억울하게 갇힌 자가 다시 갇히는 일이 없는 혁명이다
당연히 누려야 할 사람의 권리
당연히 받아야 할 사람의 대우
당연히 차지해야 할 사람의 밥그릇
당연히 지녀야 할 사람다움의 세상을
내 백성에게 되돌려주는 혁명이다
해방을 되돌려주는 혁명이다

그러므로 너희 중에 아무도 배고프지 않으ㅁ
너희 중에 아무도 헐벗지 않으며
너희 중에 아무도 억울하지 않으며
너희 중에 아무도 궁핍하지 않은 사람끼리
해방절 예배를 백번 그럴싸하게 차린들
내 아버지는 모른다 모른다 모른다 할 것이다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내 아버지가 알아듣는 말로 너희가 다시 나를 부르기 전에는
내가 너희를 다시 찾는 일은 없으리라
변명의 때는 끝났다
이제 내 평화의 칼을 들어라
그리고 너희 몸에 먼저 그 칼을 들이대라
그때 너희는 해방되리라
말씀을 마치신 예수께서 비지땀을 쏟으시며
남쪽을 향하여 세 번 읍하시고는
남은 빚이 크도다, 책무가 크다
알아들을 수 없는 탄식을 하시며
바람처럼 사라지셨다
어떤 사람들은 기적을 체험했다 말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재림 예수를 보았다 증언했다
그러나 이 모두가 뜬소문이라 일축하는 사람도 업시 않았다
확실한 것은 해방절이 구십오년 팔월 십오일이었다
또 거짓말 해방인지 참 해방인지 두고 보면 알 일이었다

08.01.11 낮 3시 51분
미증유 - 이제까지 한 번도 있어 본 적이 없음.
헤게모니 - 1주돗권. 2주도적 지위에 선 사람.


17
밥과 자본주의
평화를 위한 묵상기도

어둠이 가득한 세상 속으로
악령이 깃을 치는 땅으로
첫 열 두 제자를 파송하던 날의
그리스도 마음을 묵상합니다

평화를 전하러 가는 너희는
돈주머니를 지니지 말며
평화를 전하러 가는 너희는
양식자루를 지니지 말며
평화를 전하러 가는 너희는
여벌 신발도 지니지 말아라, 분부하신 그 말씀
내 오늘 깨닫습니다
그것이 평화의 길인 줄
그럿이 평화의 길인 줄

추수할 곡식은 익어가는데 일꾼이 너무 적구나, 적구나
열두 제자를 파송하는 날의
그리스도 말씀을 묵상합니다

평화를 추수하러 가는 너희는
내 평화를 배척하는 집에 머물지 말며
평화를 추수하러 가는 너희는
내 평화를 모르는 식탁에 앉지 말며
평화를 추수하러 가는 너희는
내 평화를 외면하는 땅에서 묻은
신발의 먼지도 다 털어버려라, 당부하신 그 말씀
내 오늘 깨닫습니다
그것이 평화의 삶인 줄
그것이 평화으 삶인 줄

우리의 소원은 평화
꿈에도 소원은 평화통일
칠천만 겨레 삼천리 외침 속에
그리스도 말씀 들려옵니다

너희가 입으로는 평화를 원하면서
마음엔 두 주인을 섬기고 있구나
진실로 평화를 원하거든
너희의 밥그릇을 가지지 말며
진실로 통일을 원하거든
너만의 돈주머니를 챙기지 말며
진실로 평화통일을 원하거든
너만의 천국을 꿈꾸지 말아라, 이르시는 그 말씀
내 오늘 깨닫습니다
이것이 평화의 부름인 줄
이것이 평화의 부름인 줄

08.01.12/낮 1시 27분

18
밥과 자본주의
우리 시대 산상수훈



내 뒤를 따르고 싶거든
남의 발을 씻어주라
씻겨주라, 예수 말씀하셨네
그러나 우리 사는 시대는 자기 자랑 시대,
남의 발 씻기는 이 따로 있으니
그대를 세상은 몸종이라 부르네

내 십자가를 지고 싶거든
원수를 사랑하라
사랑하라, 예수 말씀하셨네
그러나 우리 사는 시대는 남북분단 시대,
원수 사랑하는 이 여기 있으니
그대를 세상은 빨갱이라 부르네

내 기적을 알고 싶거든
오른빰을 치념 왼빰도 내밀고
오 리를 가라 하면 십 리까지 따라가라
따라가라, 예수 말씀하셨네
그러나 우리 사는 시대는 먹이사슬의 시대,
몸을 달라 하면 쓸개까지 주는 이 딸로 있으니
그대를 세상은 창녀라 부르네

내 평화를 누리고 싶거든
땅에서 가난하라, 땅위에
재물을 쌓지 마라, 주님 말씀하셨네
그러나 우리 사는 시대는 자본독점 시대,
오직 가난한 이 여기 있으니
그대를 세상은 거지라 부르네

아아 주님 당신은 위대한 허풍쟁이
대책 없는 허풍쟁이
하느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구하면 주실 것이요
두드리면 열릴 것이다, 말씀하셨건만
구하고 두드리는 이 반동이라 부르네
아니오 하는 이 반체제라 부르네

08.01.12/ 낮 1시 34분
가슴에 불(분노와 격정)을 담고 살았던 고정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