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큰 놈 /서수찬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2. 2. 28.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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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놈 

 

서수찬

 

 

내 어릴 때는

몸은 좁쌀만 하게 작았지만

큰 고기만 잡던 아버지 그물에

매번 걸렸다

아버지는 큰 놈들만 궤짝에 담으면서도

자식도 늘 큰 놈이라

속에 두고 자랑스러워했다

아버지가 노상 말씀하시길

물고기만 팔뚝만 한 것을 잡으면 뭐 한다냐

몸만 어른이 되면 뭐한다냐

식구들 입만 생각하면

잔챙이 한 마리 놓치지 않으려고

그물코가 점점 촘촘해지니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놓친 셈이

더욱 아까워지니

어부 일을 그만 둘 때가 되었나보다

너는 커서

부디 세상만큼 뚫린 그물에도 걸리는

큰 놈이 되거라

그물은 어느 경우라도 오므리지 마라

그건 내가 앞으로 살아갈 문이다

 

 

 

―시집『버스 기사 S시인의 운행일지』(시인동네,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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