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비빔밥/김금용-비빔밥/이대흠
시 비빔밥/김금용 프라이팬에 물 한 잔 놓고 점심을 먹는다 창틈으로 비껴드는 바람밖엔 숨 쉬고 재잘거리는 소리 전혀 들리지 않는 모두가 죽은 오후 세 시 반에 이승훈시인의 비빔밥 시론을 베껴 먹는다 전기압력밥통에서 식혜가 되어가는 잡곡밥과 기제사에서 쓰고 남은 나물들 된장국물과 김치 조금 섞어 비비다가 마른 김 몇 장과 볶은 깨, 참기름 약간 두르면 비행기 기내음식으로 외국인도 환영한다는 문지방 사라진 웰빙 음식이 탄생한다 클래식과 뽕짝의 경계를 허물고 시와 산문, 그림과 사진 영화의 경계를 허물고 사랑을 구하는 나이와 국경, 性의 구분까지 허물고 오직 눈빛 하나와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은 열망 하나로 이념도 목적도 필요 없어진 문지방 없는 춘추전국시대에 정해진 요리법이며 트릭도 맛내기도 필요 없는 나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