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우리 말♠문학 자료♠작가 대담 1123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4) / 언어를 조율하는 뛰어난 능력 - 이은규 시인의 '조각보를 짓다'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4) / 언어를 조율하는 뛰어난 능력 - 이은규 시인의 '조각보를 짓다'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4) 언어를 조율하는 뛰어난 능력.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4) / 언어를 조율하는 뛰어난 능력 - 이은규 시인의 '조각보를 짓다' 조각보를 짓다 이은규 그믐, 공명 쟁쟁한 방에 외할머니 앉아 있네요 오롯한 자태가 새색시처럼 아슴아슴하네요 쉿, 그녀는 요즘 하늘에 뜬 저것이 해이다냐 달이다냐, 세상이 가물가물 한다네요 오늘따라 총기까지 어린 눈빛, 오방색 반짇고리 옆에 끼고 앉아 환히 열린 그녀, 그 웃음자락에서 꽃술 향이 피어나기는 어찌 아니 피어날까요 시방 그녀는 한 땀 한 땀 시침질하며 生의 조각보..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 / 그늘이 있는 맛, 소리, 삶, 사람 - 송수권 시인의 '퉁'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 / 그늘이 있는 맛, 소리, 삶, 사람 - 송수권 시인의 '퉁'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 그늘이 있는 맛, 소리, 삶, 사람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 / 그늘이 있는 맛, 소리, 삶, 사람 - 송수권 시인의 '퉁' 퉁* 송수권 벌교 참꼬막 집에 갔어요 꼬막 정식을 시켰지요 꼬막회, 꼬막탕, 꼬막구이, 꼬막전 그리고 삶은 꼬막 한 접시가 올라왔어요 남도 시인, 손톱으로 잘도 까먹는데 저는 젓가락으로 공깃돌 놀이하듯 굴리고만 있었지요 제삿날 밤 괴** 꼬막 보듯 하는군! 퉁을 맞았지요 손톱이 없으면 밥 퍼먹는 숟가락 몽댕이를 참고막 똥구멍으로 밀어 넣어 확 비틀래요 그래서 저도― 확..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 / 연애시의 최고 절창 - 윤후명 시인의 '어쩌자고 어쩌자고'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 / 연애시의 최고 절창 - 윤후명 시인의 '어쩌자고 어쩌자고'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 / 연애시의 최고 절창 - 윤후명 시인의 '어쩌자고 어쩌자고'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 / 연애시의 최고 절창 - 윤후명 시인의 '어쩌자고 어쩌자고' 어쩌자고 어쩌자고 윤후명 어둠이 더 짙어지기 전에 너를 잊어버려야 하리 오늘도 칠흑 같은 밤이 되면 사라진 길을 길삼아 너 돌아오는 발자욱 소리의 모습 한결 낭랑하고 숨막혀, 숨막혀, 숨막혀, 숨막 혀를 깨물며 나는 자지러지지 산 자 필(必)히 죽고 만난 자 정(定)히 헤어지는데 어쩌자고 어쩌자고 너는 어쩌자고 어쩌짜고 온몸에 그리운 뱀비늘로 돋아 ..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 / 감각의 총화- 송기원 시인의 회복기의 노래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 / 감각의 총화- 송기원 시인의 회복기의 노래 현대시는 대체로 감동이 없습니다. 억압을 벗어난 의식은 ‘분열’의 모습으로, 희망이 없는 현실은 ‘자폐’의 모습으로 기호화되지만,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독자들에게 현대시는 암호와 다를 바 없습니다. 그 암호를 푸는 방법을 따로 익혀서 시를 읽어야 한다면 누가 시를 가까이 하겠습니까. 현대시의 특징인 ‘모호성’이 너무나 강조되는 바람에 비시(非詩)가 되어 온 시적 실험은 이제 힘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시를 읽는 동안 미로를 헤매는 실험쥐가 된 느낌이 들 때가 많았습니다. 독자는 이제 낯선 시보다는 내 마음을 움직인 시를 원하고 있습니다. 독서를 힘들게 하는 시를 놓고 극찬하는 문학평론가 앞에서 우리가 해..

[시(詩)로 세상 읽기] 《가난한 이들의 죽음》이 주는 역설

[시(詩)로 세상 읽기] 《가난한 이들의 죽음》이 주는 역설 이상호 | 입력 : 2020/10/07 [09:16 ▲ 이상호(천안아산경실련 공동대표) ©뉴스파고 [뉴스파고=이상호=천안아산경실련 공동대표] 최근 두어 달 사이에도 안타까운 죽음의 소식이 전해졌다. 그런 소식을 접할 때마다 사회의 불합리와 삶을 성찰하게 된다. 최근에 접한 여러 죽음 중에 특히 가슴에 남아 세상과 삶을 성찰하게 하는 네 명의 죽음이 있다. 그것은 어느 60대 노인의 홀로 죽음과 배구선수 고유정의 죽음, 친구의 죽음, 그리고 한 지인의 기도 중에 잠자는 듯이 맞이한 죽음이다. 모든 생명의 탄생은 죽음을 전제로 한다. 죽지 않는 생명은 없다. 그러나 어떻게 죽느냐의 문제는 중대한 문제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아름다운 죽음을 상상하기도..

한국 현대시의 문제점을 진단해본다 /이승하

한국 현대시의 문제점을 진단해본다 /이승하 시집이 꽤 많이 판매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고 시집 베스트셀러 순위를 살펴보았다. 시집 부문 2017년 베스트셀러 1위는 김용택 시인이 편한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이고 2위는 속편이라고 할 수 있는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플러스』인데 이 두 시집이 작년 연초 1월 21일에 방영이 끝난, 수년 내 최고의 히트작 드라마 에서 주인공 공유가 읽고 있던 시집이었기 때문이라는 후일담은 왠지 뒷맛을 씁쓸하게 한다. 시집 자체의 질적 함량이 독자들의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킨 것이 아니라 텔레비전 드라마의 영향력 '덕분'이라고 하기에 그렇다. 이런 경우는 전에도 왕왕 있었다. 드라마 에 몇 권의 시집이 화면에 비치거나 현빈이 들고 읽..

시조 읽기의 즐거움 [ 이승훈 유고작 ](홍성란 시조집 해설 미수록작)

[ 이승훈 유고작 ] 시조 읽기의 즐거움 (홍성란 시조집 해설 미수록작) 이승훈 2020년 11월 26일 12시 경, 유심 사무실에 갔었다. 거기서 몇 분 시인을 만나 담소하는 도중에 이승훈 선생님의 미발표 원고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 2008년 ~ 2009년 사이에 쓰신 홍성란 시인의 작품 해설이라고 했다. 시집이 2013년에 나오는 바람에 신작이 많이 추가되어 싣지 못했다는 사실도 알았다. 선생님의 시조 해설은 유일무이하기에 자료적 가치도 높다. 마치 선생님 살아 오신 듯한 기쁨에 설렜다. 홍성란 시인께 간곡히 부탁해서 원고를 입수하여 이번호 《예술가》에 싣게 되었다. 얼마 전 이승훈 선생님 3주기[2018년 1월 16일 영면]가 지났다. 그래서 이 지면이 더 뜻깊다. (이형우) 1 내가 시조에 관심..

“표준국어대사전”, 아는 만큼 보여요!

사전 두 배로 즐기기“표준국어대사전”, 아는 만큼 보여요! - 첫 번째 이야기 “사전”이라고 하면 흔히 모르는 단어의 뜻을 알고 싶을 때 찾아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단어의 의미를 정확하고 쉽게 풀이해 주는 것은 사전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이다. 그러나 사전에 ‘단어 뜻’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전에는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고 다양한 정보가 들어 있다. “표준국어대사전”도 그러하다. “표준국어대사전”은 1999년 책자로 처음 발간되었는데, 당시 국어학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많은 논의 끝에 사전에 담을 정보를 결정하였고, 그러한 만큼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발간 당시의 국어학 논의의 결과물들이 많이 담겨 있다. 또한 국가에서 발간하는 사전인 만큼 언어생활의 지침이 되는 어문 규범과 관련한 사항..

'짧은 소설'의 가능성

김관후. 작가 / 칼럼니스트 [제주일보] “전쟁은 끝났다.” 그는 독일군에게서 다시 찾은 고국으로 돌아왔다. 가로등이 침침한 길을 그는 급히 걷고 있었다. 어떤 여인이 그의 손을 잡고 술에 취한 목소리로 말을 건넨다. “놀다 가세요? 잘해 드릴게요.” 거리에서 몸을 파는 여인이었다. 두 사람은 가로등이 환한 등불 밑으로 왔다. 순간 여인은 “앗!” 하고 부르짖었다. 남자는 무심결에 여인을 등불 아래로 이끌었다. 다음 순간 남자는 여인의 두 팔을 꽉 움켜쥐었다. 그의 눈은 빛났다. “요안!” 하고 그는 여인을 와락 끌어안았다.” 허버트 릴리호의 ‘독일군의 선물’이라는 짧은 소설이다. 독일군에 유린된 프랑스군의 가족들이 비참하게 연명하고 있는 생활상이 심각하게 가슴을 친다. 소설이 짧아지고 있다. 단편보다 ..

지금 우리 시 무엇이 문제인가 /권혁웅

지금 우리 시 무엇이 문제인가 권혁웅(시인, 문학평론가) 어슷비슷한 시, 상투적인 시가 대량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신춘문예 제도에서 보듯이 공식과 전형으로 만들어진 타락한 미의 형식, 키치에 가까운 시가 판을 치고 있다. 진정한 미학에서는 중심과 주변이 뒤집혀 있다. 안팎을 뒤집은 영역이 미의 영역이다. 미학에서 주류란 대개는 전복의 대상이고 아주 잠깐 동안은 전복의 결과다. 전위란 앞서 있는 게 아니라 밀려나 있는 것이다. 우리 시의 중심이 서정시에 있다는 것은 계량적인 진실이며, 우리 시의 주변이 서정시 일색이라는 것은 균질적인 진실이다. 안팎을 뒤섞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안팎이 존재하는 것- 그런 의미에서 미학의 비유적 실체는 소라고둥이다. 그것은 소용돌이처럼 혼란스럽지만 용수철처럼 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