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국 /최영철 -- 카톡 - 좋은 시 17 쑥국/최영철 -- 카톡 - 좋은 시 17 -아내에게 참 염치없는 소망이지만 다음 생애 딱 한번만이라도 그대 다시 만나 온갖 감언이설로 내가 그대의 아내였으면 합니다 그대 입맛에 맞게 간을 하고 그대 기쁘도록 분을 바르고 그대 자꾸 술 마시고 엇나갈 때마다 쌍심지 켜고 바가지도 긁었음 ..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2.11
귀천 / 천상병 -- 카톡 - 좋은 시 16 귀천 / 천상병 -- 카톡 - 좋은 시 16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2.11
한 잎의 여자/오규원 15 한 잎의 여자/오규원 -- 카톡 - 좋은 시 15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같이 쬐그만 여자, 그 한 잎의 여자를 사랑했네. 풀푸레 나무 그 한 잎의 솜털, 그 한잎의 맑음,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그 한 잎의 순결과 자유룰 사랑했..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2.11
꽃 / 김춘수 -- 14 꽃/김춘수 -- 카톡 - 좋은 시 14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香氣)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2.11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백석 - 13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백석 -- 카톡 - 좋은 시 13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를 타고 산골..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2.10
다시 / 박노래 -- 12 다시 /박노해 -- 카톡 - 좋은 시 12 희망찬 사람은 그 자신이 희망이다 길 찾는 사람은 그 자신이 새길이다 참 좋은 사람은 그 자신이 이미 좋은 세상이다 사람 속에 들어 있다 사람에서 시작된다 다시 사람만이 희망이다 (『사람만이 희망이다』. 해냄. 1997) ―최동호 신범순 정과리 이광호 ..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2.09
봄 / 이성부 봄 이성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듣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미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2.09
남편 / 문정희 - 11 남편 /문정희 -- 카톡 - 좋은 시 11 아버지도 아니고 오빠도 아닌 아버지와 오빠 사이의 촌수쯤 되는 남자 내게 잠 못 이루는 연애가 생기면 제일 먼저 의논하고 물어보고 싶다가도 아차, 다 되어도 이것만은 안 되지 하고 돌아누워 버리는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이 무슨 원수..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2.07
치마 / 문정희 - 팬티 / 임보 치마 문정희 벌써 남자들은 그곳에 심상치 않는 것이 있음을 안다 치마 속에 확실히 무언가 있기는 있다 가만두면 사라지는 달을 감추고 뜨겁게 불어오는 회오리 같은 것 대리석 두 기둥으로 받쳐 든 신전에 어쩌면 신이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은밀한 곳에서 일어나는 흥망의 비밀이 ..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2.07
바깥에 갇히다 / 정용화 -- 10 바깥에 갇히다/정용화 -- 카톡 - 좋은 시 10 우리 집 현관문에는 번호키가 달려있다 세 번, 비밀번호를 잘못 누르면 가차 없이 문이 나를 거부한다 쓰레기를 버리러 나왔다가 지갑도 휴대폰도 없이 제대로 바깥에 갇히고 말았다 안과 밖이 전도되는 순간 열리지 않는 문은 그대로 벽이 된다..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