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나의 여자관계 /홍사성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0. 12. 16.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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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여자관계

 

홍사성

 

 

고백건대 나는 여자관계가 좀 복잡하다

 

할머니에게는 손자 외할머니에게는 외손자 어머니에게는 아들 백모 숙모 고모 이모에게는 조카 누나에게는 남동생 여동생에게는 오라비 아내에게는 남편 딸에게는 아빠 손녀에게는 할아버지 선생님에게는 제자 동창에게는 친구 후배에게는 선배 첫사랑 그녀에게는 애인 은행 창구 여직원에게는 고객님 술집 주모에게는 아저씨다

 

나를 여자 없이 못 사는 사내라는데 사실이다

나는 이날 입때껏 뭇 여자의 치마폭에서 살았다

누가 여자의 웃음과 은애에서 벗어날 수 있단 말인가

 

알아봤더니 우리 집안 내력이 할아버지 아버지 형님 사촌들도 그렇다고 한다

 

 

시집 『터널을 지나며』 (책만드는집, 2020년 1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