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0. 12. 16. 19:16
728x90

 

김영주

 

 

발바닥 만져보면 걸어온 길 다 보인다

맹목의 짐승처럼 불평등한 노예처럼

비무장 맨바닥으로 삶의 무게 버텨온

 

먼 길을 돌아 돌아 방황하는 것도 발이고

그 먼 길 다시 돌아 흐느끼는 것도 발이고

생각이 저질러놓은 일

맺는 것도 발이다

 

표정 없는 발바닥은 얼굴보다 거룩하다

딛을 데 못 딛을 데 질러갈 데 돌아설 데

신념이 이끄는 대로 묵묵하게 따른다.

 

 

가람시학(2020년 제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