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닻을 내린 그 후 /김미선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0. 12. 19.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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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을 내린 그 후
김미선
이 핑계 저 핑계로 찾아뵙지 못하고
세월 넘겨 찾아뵈오니
아버지 풀 속에 누워
씨를 뿌리고 계시더라
뫼풀들과 소곤소곤 얘기하시느라
본척만척하시더라
이 생의 모든 업 다 풀고
풀하고
바람하고도 한 몸이 되어
춤추고 계시더라
못내 섭섭하여
모퉁이 돌아서서 훌쩍거렸지만
이제 걱정 안 해도 되겠더라
소복소복한 뫼풀 울타리 안겨
풀과 나비도 부르고 계시더라
―계간『詩하늘/통권 100호 특집』(2020년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