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자라는 돌 ―못골 17 /송진권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0. 12. 21. 16:08
728x90

자라는 돌

―못17

 

송진권

 

 

엄마 엄마 이 돌멩일 심어놓고

다독다독 북돋아주고 뜨물을 주면

우리가 안 보는 새 돌멩이가 자란대요

 

이 돌멩일 길러서 칠성바위만치 크면

단을 쌓고 치성을 드리고

엄마를 모셔올게요

엄마는 붉은 옷 푸른 옷 차려입고

너울너울 그 앞에서 잘 노세요

대나무 끝에서 파르르 파르르 잘 노시고

밥 한 숟갈 먹고 국 한 숟갈 먹고 잘 노세요

노시다 노시다가

그 돌 속에 들어가 앉으세요

 

엄마 엄마 그 돌멩이 더 자라서

만학천봉 심산유곡 거느리고

산지니 수지니 해동청 보라매도 쉬어 넘는

높으나 높은 고개도 몇개 두고

삼천대천 세상까지 봉우리 솟으면

볕 잘 드는 골짝에 띠집을 지어놓을게요

엄마는 거기서 쉬세요

 

엄마 엄마 이 돌멩이 다 자라서

소부동 대부동 능선따라 솟으면

한쪽에선 달이 뜨고 한쪽으론 해가 뜨고

사슴이 목 축이는 계곡 속으로

거북일 타고 느릿느릿

한 손에 달을 들고

한 손에 해를 들고

그렇게 가보자구요

 

 

 

시집자라는 돌(창비,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