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자라는 돌 ―못골 17 /송진권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0. 12. 21.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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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는 돌
―못골 17
송진권
엄마 엄마 이 돌멩일 심어놓고
다독다독 북돋아주고 뜨물을 주면
우리가 안 보는 새 돌멩이가 자란대요
이 돌멩일 길러서 칠성바위만치 크면
단을 쌓고 치성을 드리고
엄마를 모셔올게요
엄마는 붉은 옷 푸른 옷 차려입고
너울너울 그 앞에서 잘 노세요
대나무 끝에서 파르르 파르르 잘 노시고
밥 한 숟갈 먹고 국 한 숟갈 먹고 잘 노세요
노시다 노시다가
그 돌 속에 들어가 앉으세요
엄마 엄마 그 돌멩이 더 자라서
만학천봉 심산유곡 거느리고
산지니 수지니 해동청 보라매도 쉬어 넘는
높으나 높은 고개도 몇개 두고
삼천대천 세상까지 봉우리 솟으면
볕 잘 드는 골짝에 띠집을 지어놓을게요
엄마는 거기서 쉬세요
엄마 엄마 이 돌멩이 다 자라서
소부동 대부동 능선따라 솟으면
한쪽에선 달이 뜨고 한쪽으론 해가 뜨고
사슴이 목 축이는 계곡 속으로
거북일 타고 느릿느릿
한 손에 달을 들고
한 손에 해를 들고
그렇게 가보자구요
⸺시집『자라는 돌』(창비,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