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보석상가 /전윤호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0. 12. 24. 09:12
728x90
보석상가
전윤호
예전에 만났던 사람이 그리워
종로3가로 갔지
전화 한 통화에 일주일을 견디고
한 편의 영화를 보기 위해 비싼 표를 사던
단성사는 보석가게가 되어 있었네
히잡을 쓴 여자들이
휴대폰을 들고 다니는 저 골목은
우리가 연기 속에 삼겹살을 굽던 곳
이미 그는 없는데
나는 무엇을 보고 싶었던 건지
창덕궁으로 가는 길엔
화사한 한복 입은 아가씨들이 꽃처럼 날아다니고
빨간 점퍼가 서러운 노인들이 그늘에서 막걸리 마시는 종로3가에는
나를 닮은 유령이 가로수로 서 있고
그때는 그리도 답답했던 순간들이
환한 불빛 속에서
보석으로 반짝이고 있더군
⸺계간『시인수첩』(2020, 겨울호)